"그네 밀어줄까" 여아 치마 속 촬영한 20대 [사건의 재구성]
일상적인 장면 주장…성인 여성 신체 불법 촬영하기도
법원 "특정 모습 계속 촬영, 일상적이지 않아" 징역 4년6월 선고
-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그네 밀어줄까?"
지난 6월, 20대 남성 A씨는 동영상 촬영을 하며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여아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A씨가 촬영한 동영상에는 해맑게 웃는 아이의 모습이 빠르게 스쳤다. 경계심이 없던 아이는 이내 남성과 말을 주고 받았다. 촬영을 계속하며 그네를 밀어주던 A씨는 아이가 몸을 뒤로 젖히자 치마 속을 확대해 찍었다.
A씨가 촬영한 다른 영상에는 계단 난간에 걸터앉아 핸드폰을 보는 또다른 여아의 모습이 담겼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A씨는 카메라의 줌을 확대해 반바지 사이로 드러난 아이의 속옷을 촬영했다.
A씨는 지난 6월, 4차례에 걸쳐 아동·청소년의 신체 일부를 촬영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올초부터 에스컬레이터나 공공 장소 등에서 30여 차례에 걸쳐 여성의 치마 속 등을 촬영한 영상도 저장돼 있었다.
검찰은 A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심리를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 전경호 재판장은 첫 공판에서 공소 사실에 적용된 법률이 적합한지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해당 촬영물이 성착취물에 해당하는지 법리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아직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동영상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청소년 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적 행위를 하거나 행위를 표현하는 필름, 영상 등으로 정의한다.
성적 행위에는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해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가 포함된다.
A씨의 행위가 여아의 일상적인 생활을 촬영한 것으로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키는 행위가 없다면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은 무죄가 될 수도 있다. 이때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등 이용 촬영)을 적용해야 법적 공백을 줄일 수 있다.
재판부는 한달 뒤 열린 공판에서 A씨가 촬영한 동영상 중 일부를 법정에서 직접 확인했다. 동영상에는 A씨가 여러 아동 중 특정인을 대상으로, 신체의 특정 부위만 집중 촬영한 증거가 고스란히 저장돼 있었다.
동영상을 확인한 재판부는 해당 영상을 성착취물로 보고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이 명백한 피해자를 물색한 뒤,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거나 치마 속이 보이는 장면을 계속 촬영한 것은 일상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며 "특히 아동·청소년의 치마 속을 촬영하면 흥분이 될 것 같다는 진술, 촬영 각도, 방법 등을 종합하면 성착취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은밀한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하고, 유사 범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지 한 달도 안 돼 범행을 저지른 점에 비춰보면 집행유예만으로는 잘못된 의식이나 태도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의 5년간 취업 제한 등을 명령했다.
다만, 검찰과 A씨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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