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 ‘길고양이 보호 조례’ 처리 불발…상임위서 보류 결정

“동물보호·개체 수 관리 vs 더 큰 사회적 갈등 우려" 찬반 팽팽

'천안시 길 고양이 보호 및 관리 조례안' 제정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13일 천안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에서 조례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독자제공) /뉴스1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전국 처음으로 충남 천안시의회에서 발의된 '길고양이 보호 조례안'의 처리가 불발됐다.

천안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는 '천안시 길 고양이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보류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조례안은 지자체가 3년 마다 길고양이 개체수 관리 및 보호 계획을 수립해 시민과 길고양이가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조례안에는 불법 포획과 도살을 예방, 새끼 고양이 보호, 도심 정비구역 내 길고양이의 생태 이동통로 설치 등 동물 보호와 중성화 수술 사업 시행 등 개체 수 관리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길고양이 공공급식소를 설치하고 길고양이 관련 시설 및 단체의 종사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관리 방안을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안이 입법 예고되자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천안시의회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28일 조례안이 입법예고 된 이후 의견을 표시하는 게시글이 2000여 건 게시됐다.

전날(13일) 심의를 앞둔 상임위 회의장에도 조례안 통과와 반대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어 의견을 개진했다.

'천안시 길 고양이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복아영 천안시의원이 13일 열린 상임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안시의회 제공)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복아영 시의원은 상임위에서 "이번 조례는 무조건적인 길고양이 보호가 목적이 아니다"며 "길고양이로 인한 민원과 갈등해소를 위해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조례가 필요하다"고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

복 의원은 앞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한 규정을 임의 규정으로 수정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은 조례 제정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길고양이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중성화 수술을 통한 개체수 조절 가능성에 의문을 드러냈다.

심의가 길어지자 상임위는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3시간 여의 토론 끝에 조례안 보류를 결정했다.

김철환 경제산업위원장은 "찬반이 첨예한 현 상황에서 결론을 내게 된다면 더 큰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는 의원들 간의 공통된 견해가 있었다"며 "사회적 합의와 중앙정부의 '길고양이 돌봄·중성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조례안은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천안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는 전국 최초로 발의된 '천안시 길 고양이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보류 결정했다. (천안시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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