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전력 수용자 10년형 확정 5일만에 목숨 끊어…"국가 손해배상을"

정신과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차례 목숨 건지고 또
"추가 상담이나 관찰 강화했어야…주의 의무 위반"

대전 지방 법원(DB) ⓒ News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자살기도 전력이 있는 수용자가 교정시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정시설 내 수용자의 죽음에 대해 법원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지난 2010년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매우 이례적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14단독은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30) 모친 B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약 72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심리한 끝에 지난 2월 "피고는 약 2129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합해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대전의 한 보도방에서 일하던 B양(16)을 폭행한 뒤 의식을 잃은 B양을 방치해 결국 뇌출혈에 의한 합병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수용자였다.

지난 2018년 수감 직후부터 A씨는 정신질환 진단에 따라 수면제 등 약물을 받아 복용했는데, 대전교도소에 있을 당시 약물 과다복용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목숨을 건진 전력이 있었다.

이후 충주구치소로 이감된 A씨는 한동안 별다른 말썽없이 지내왔다. 그러던 2020년 12월 10일 상고가 기각돼 10년형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A씨는 5일 뒤 몰래 모아 둔 약물을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는 지난해 4월에서야 국가에 A씨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의 위자료 등을 합한 약 7200만원을 지연이자를 합해 지급하라는 게 청구 취지다.

결국 약 10개월간 이 사건을 살펴온 재판부는 교정시설에서 A씨의 죽음을 막지 못한 책임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용된 피구금자는 스스로 시설에서 나갈 수 없고 행동의 자유도 박탈돼 있으므로 시설관리자는 피구금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며 “구치소 의료과는 A씨에 대해 우울증 자살충동으로 주의깊게 관찰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고 심리상담 결과에서도 중형선고를 받은 만큼 지속적인 상담과 동정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배상책임 근거를 설명했다.

이어 “충주구치소는 A씨 사망 전까지 추가상담이나 동정관찰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 바 없다고 보이고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교도관의 감독을 피해 다량의 약을 숨겨왔다는 점에서 국가의 배상책임 범위를 10%로 제한했다.

법무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2심 재판은 오는 10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kjs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