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과도한 규제 완화 시급" vs "불법시설물 넘치고 녹조 심화"

대전시의회, 팔당호와의 형평성 들어 규제 완화 촉구 건의안 채택
지역 환경단체 "충청권 생명수 수원 관리가 우선" 반발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 주변지역 규제 완화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1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대전시의회가 대청호 주변지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의 완화를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하는 건의안을 의결한 가운데 충청권 식수원 보호와 인근 주민의 권리 행사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 1일 제271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전체 22명의 여야 의원(국민의힘 18명, 더불어민주당 4명)이 공동발의한 ‘대청호 주변지역 규제 완화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대청호 주변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는 해당 지역의 특수성과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 인근 주민 불편과 재산권 행사에 장애가 초래되고 있다”며 과도한 규제의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1980년대 완공돼 충청권에 식수와 생활·공업용수를 제공하는 대청호는 대청댐 건설과 동시에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43년간 야외 취사, 경작, 민박, 레저, 기타 상업행위 등에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수질개선특별대책지역, 개발제한구역 등 대청호를 둘러싼 규제만 총 7가지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가 가장 강력하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전국에서 상수원보호구역 및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중첩 지정된 곳은 대청호(대전 대덕구·동구 및 충북 청주시·보은군)와 팔당호(경기 남양주시·광주시·하남시·양평군) 2곳인데, 팔당호 유역면적은 2만3800㎢, 급수인구는 2300만명인 반면 대청호 유역면적은 3204㎢, 급수인구는 350만명임에도 불구하고 상수원보호구역 면적은 오히려 대청호가 1.1배 더 넓게 지정돼 있어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이라며 불합리한 규제를 지적했다.

대전시의회는 지난 1일 제271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대청호 주변지역 규제 완화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대전시의회 제공) /뉴스1

환경부에 따르면 대청호는 총 178.98㎢가 1980년 11월 대청댐 완공에 즈음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관할 지자체별로는 △대전 동구 61.26㎢(비룡·주산·추·마산·효평·직·오·주촌·내탑·사성·신촌·신하·신상·세천·용계동) △대덕구 16.45㎢(삼정·미호·갈전·이현·황호·부수동) △청주시 94.85㎢(문의·현도·남이·가덕면) △보은군 6.42㎢(회남면 매산·법수·산수·남대문리)의 상수원보호구역이 설정돼 있다.

이에 반해 팔당호의 상수원보호구역(1975년 7월 지정)은 △남양주시 42.38㎢ △광주시 83.63㎢ △하남시 7.10㎢ △양평군 25.71㎢를 합쳐 총 158.82㎢로 유역면적이 7배 이상 넓고, 급수인구가 6배 이상 많은 팔당호에 비해 대청호의 상수원보호구역이 오히려 20.16㎢ 넓은 불합리가 상존하고 있는 것.

이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3년 12월 완공된 대통령 별장 ‘청남대’가 구역 내 위치해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당시 정부가 청남대 건립을 염두에 두고 주변 경호·보안 목적으로 대청호 상수원보호구역을 과대하게 설정했다는 것으로, 청남대가 개방된 지 20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시급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최민호 세종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3월 6일 청남대에서 ‘대청호 수질 보호 및 규제 완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 “충청인의 젖줄인 대청호 수질을 깨끗이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은 우리의 신성한 의무다. 그러나 대청호는 상수원보호구역·수변구역·특별대책지역 등 과도한 규제에 얽매여 있다”며 불필요한 규제 완화를 위한 공동대응을 천명한 바 있다.

대전시의회는 “대청호 규제 완화를 통해 상수원보호구역의 환경정비구역 행위 제한을 완화,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및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합리적인 환경정비구역 지정을 도모해야 한다”며 “공공하수관로, 비점오염저감시설 확충 등의 환경보호 및 수질 개선 노력을 수반하는 시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규제들을 실정에 맞게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대전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들이 7일 대전시의회 앞에서 ‘대청호 주변지역 규제 완화 촉구 건의안’ 의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News1 최일 기자

하지만 대전충남녹색연합·대전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들은 7일 시의회 앞에서 이번 건의안 채택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7가지 규제로 보호하고 있는 대청호는 대전·세종·충남·충북에 식수 및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수와 같은 곳인데 주변의 불법시설물조차 단속되지 못한 채 운영되면서 수질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매년 심각한 녹조 발생으로 시민들의 먹는 물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규제 완화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이들은 “대청호에 대해선 규제 완화보다 안전한 수원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 규제 완화로 먹는 물의 심각한 오염을 초래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 책임은 가장 많은 물을 사용하는 대전시민이 떠안게 될 것이다. 무책임하게 먹는 물 안전을 간과한 채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행태를 멈추라”며 시의회에 건의안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대청호를 난개발로 만드는 신호탄을 쏜 시의원들을 규탄한다”며 “대청호 생태환경을 훼손시키는 사업이 진행될 경우 강력한 반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덕구는 최근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지난 2015년 개장한 로하스캠핑장(미호동)과 관련 ‘야영 및 취사가 금지된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위법하게 운영돼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으며, 상수원보호구역 불법시설물 단속권한을 가진 지자체가 수년간 스스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런 와중에 대전시의회는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청호 규제 완화 촉구 건의안을 대통령실과 국회, 국무총리실, 환경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에 이미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cho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