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정황 법정 선 60대…법원 "증거수집 위법" 무죄 선고

"영장·동의 없이 임의수색…증거능력 인정 안돼"

대전지방법원.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음주운전 정황으로 법정에 선 60대가 경찰의 부적절한 수사 탓에 혐의를 벗게 됐다.

대전지법 형사7단독 유현식 판사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6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3월 대전 서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거주지까지 약 5.5㎞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집 주차장에서 가벼운 접촉사고를 낸 A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나기도 했다.

사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의 거주지에 찾아가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았냐”고 추궁, 혈중알코올농도와 정황 등을 근거로 A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조사됐다. A씨는 “음주운전이 아닌 집에 도착해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경찰이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A씨를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은 증거수집 과정이 위법했다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문을 열어둔 채 잠들어있었고, 경찰은 임의로 들어가 A씨를 깨운 뒤 곧바로 조사를 시작한 상황이었다.

이에 법원은 당시 A씨가 경찰의 임의 수색에 항의하는 등 동의하지 않은 점, 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점 등 수집한 증거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유 판사는 “피의자 동의가 있는 경우 임의수사로 압수 및 수색이 허용되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처음부터 수색에 항의했고 이후 사진 촬영 등에도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수집한 사진과 음주운전 단속 결과 통보, 운전자 정황진술 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에 와서 술을 마셨다는 주장과 달리 집 안에 있던 맥주 캔이나 컵에 물기가 없었다는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의 진술 역시 피고인이 운전 당시 술에 취해있었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kjs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