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선거운동' 혐의 박상돈 천안시 시장 첫 재판
공무원들도 함께 정무보좌관 A씨, 선거운동 기획, 지시
변호인 "증거 수집 과정서 위법" 주장
-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상돈 천안시장 등 천안시 공무원들에 대한 첫 재판이 11일 열렸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서전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상돈 천안시장과 천안시 정무보좌관 A씨 등 공무원 3명, 박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B씨 등 5명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들이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기획, 실행하고 선고 공보물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잘못이 있다며 재판에 넘겼다. 특히 지난 2020년 천안시장 보궐선거부터 박상돈 당시 후보를 보좌하다 천안시 정무보좌관이 된 A씨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A씨가 선거캠프 구성, 상대후보 동향 모니터링, 홍보영상 및 카드뉴스 제작, 자원봉사자 임시 사무실 마련 등 선거운동 전반을 기획,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2명과 B씨는 A씨의 지시를 받아 수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상돈 후보도 이들이 기획한 영상물 등에 직접 출연하면서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 운동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 지방선거 당시 제작한 예비후보자 공보물의 천안시 실업률과 고용률을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했다. 당시 공보물에는 천안시 고용률이 전국 2위, 실업률 전국 최저로 기재됐다. 인구 50만 이상 지차제를 대상으로 한 수치였지만 기준이 누락되면서 마치 228개 자치단체 중 순위를 나타낸 것처럼 표기됐다.
변호인들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의 경우 검찰이 증거 수집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증거의 위법성을 따져달라고 요청했다.
박상돈 시장 측 변호인은 "공명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법정에 서게 돼 시민들게 송구스럽다"고 운을 뗀 뒤 "허위사실 공표죄로 수사를 시작한 사건이 갑작스럽게 별건으로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수사로 나아갔다. 증거 수집 과정에 대해 충분히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A씨 측 변호인도 "검찰의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서 영장에 적힌 사유와 전혀 다른 증거가 불법적으로 압수됐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수사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 수사기록을 보기 전에는 공소 사실에 대한 중거 인부를 진행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수사기록 열람을 요청했다.
변호인들의 증거 수집의 위법성을 따지며 공소 사실에 대한 모두진술을 미루면서 재판은 진전되지 못했다.
공판은 피고인의 신원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검찰의 공소 제기와 공소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을 밝히는 모두진술, 검찰이 제시한 증거의 인정 여부를 따지는 증거 조사, 피고인 신문 순으로 진행되는데 변호인이 검찰의 위법 수집 증거로 인한 불법 수사를 주장하면서 검찰의 모두 진술에서 재판 진행이 멈춰서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에 수사기록 열람 가능 여부를 물었고 검찰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혀 다음 재판에서 증거 조사 절차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재판부는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해 수사기록 열람신청 시점을 지적하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지난해 11월 기소됐고, 12월 21일로 지정된 첫 기일도 1달 가량 연기된 상황에서 별건 압수수색을 문제삼으면서 수사기록 열람 등을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위법수집 증거에 대한 판단은 판결 선고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2월 8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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