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친절 베풀었는데…보험설계사 유린하고 살해하려한 60대

집으로 불러 몹쓸짓, 지인 기지로 생명 지켰지만 장기간 치료
재판부 "범행 잔혹, 엄한 처벌 필요"…징역 10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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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기온이 영하 가깝게 떨어진 지난 3월 11일 오전 3시 40분, 천안시 동남구의 한 단독주택 창문을 누군가 깨뜨렸다. 창문을 깬 이는 다급하게 찾는 사람이 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한 뒤, 정신을 잃은 여성이 119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60대 남성이 체포됐다.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 시간,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그날 새벽, 사건이 벌어진 천안 동남구의 단독주택엔 체포된 A씨(64)가 혼자 거주하고 있었다. A씨는 5개월 전 보험에 가입하며 만난 설계사에게 호감을 갖게 됐다. A씨는 보험은 물론 비트코인에 대한 지식도 있는 있는 설계사에게 투자 방법 등을 지속적으로 문의했다. 때로는 사례금도 주며 환심을 사려 애썼다.

사건이 있기 하루 전인 3월 10일 오후 1시 30분께, A씨는 또다시 보험설계사에게 연락했다. 비트코인 출금 방법을 모르겠다며 집으로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보험설계사는 A씨의 자택을 찾아 출금 방법 등을 설명해줬다. A씨는 설명을 들으면서 혼자 술을 마셨다. 집을 방문한 지 세 시간이 지나자 보험설계사는 "사장님은 나를 힘들게 하는 고객 중 하나"라고 푸념했다.

A씨는 돌변했다. 마시던 소주를 던지며 "내가 그렇게 잘해준 것이 힘들게 했냐"라며 화를 냈다. 피해자가 밖으로 나가려 하자 주저앉혔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린 뒤, 피해자를 안방으로 밀어 넣었다. A씨는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했다.

정신을 잃은 피해자 옆에서 잠들어 있던 A씨는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깼다. 피해자가 A씨의 집에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지인이 밤 늦게까지 연락이 닿지 않자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찾아 온 것이다.

A씨는 순간적으로 피해자의 남편이나 경찰이 찾아온 것이라 생각했다. 화가 난 A씨는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둔기로 머리를 내리쳤다.

다행히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며 피해자를 구했다. 피해자는 생명을 지켰지만 8주 진단을 받고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서전교)는 A씨가 성범죄 등을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성범죄 재범 위험성 평가 등은 중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A씨가 가족이나 사회와 유대관계가 미약하고 과거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친절했던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하려 하고, 정신을 잃은 피해자를 보고도 아무런 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범행 방법이 매우 잔혹하고 죄질이 극히 나빠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 등을 참작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징역형이 끝난 뒤에는 3년 동안 보호관찰 받을 것도 함께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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