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할매래퍼 '수니와 칠공주' 장례식서 영화 '써니' 재소환
써니 감독 "고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야"
- 정우용 기자
(칠곡=뉴스1) 정우용 기자 = 2011년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써니'를 상징하는 장례식장 공연이 경북 칠곡군 할매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에 의해 재현되자 13년 만에 영화가 재소환되고 있다.
여고생 걸그룹의 우정을 그린 강형철 감독(50)의 영화 '써니'의 클라이맥스는 리더인 춘화의 유언에 따라 장례식장에서 친구들이 보니엠의 'Sunny' 리듬에 맞춰 흥겹게 춤추는 장면이다.
27일 칠곡군에 따르면 영화 속 장면으로만 생각했던 장례식장 공연이 지난 16일 대구 달서구 한 장례식장에서 재현됐다.
평균 연령 85세인 할매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 멤버들이 지난 15일 별세한 맴버 서무석 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힙합 복장을 한 채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란 랩을 하면서 추모 공연을 펼쳤다.
서 할머니는 지난 1월 혈액암 3기와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지만 래퍼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수니와 칠공주'에서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할 것 같아 가족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암이 전이되는 상황에서도 매주 화·목요일은 한번도 빠지지 않고 경로당에서 연습에 땀을 흘렸다.
서 할머니는 의사가 판정한 3개월을 훨씬 넘긴 9개월간 래퍼 활동을 이어갔지만 지난 6일부터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로 전이돼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있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은 '써니'의 칠공주처럼 칠공주 할머니들의 요란한 노래가 울려 퍼졌지만 이내 울음바다로 변해갔다.
영화 '써니'의 강형철 감독은 "장례식 주인공은 고인이기 때문에 고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보내 드려야 한다. 울거나 슬퍼하는 방식이 아닌 그들만의 또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써니'에서 장례식 공연을 생각했다"며 "랩에 진심이던 고인과 래퍼의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사용할 만큼 어머니를 응원했던 고인의 가족까지도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별세한 배우 김수미 씨가 "자신의 장례식장에서는 곡소리 대신 춤추면서 보내달라"고 한 유언이 알려져 '수니와 칠공주' 장례식장 공연이 더 관심을 끌고 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다수의 감독이 재미와 감동 등 극적인 요소를 갖춘 '수니와 칠공주'를 영화와 뮤지컬로 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칠곡을 알리고 어르신들의 땀과 열정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도록 문화콘텐츠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니와 칠공주'는 칠곡군 지천면에 사는 평균 연령 85세의 할머니 8명이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깨친 후 지난해 8월 결성한 할매 래퍼 그룹이다.
세계 주요 외신을 통해 'K-할매'로 알려지면서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은 이들은 광고와 정책 홍보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newso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