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농약사건' 중상자 4명 "식사 후 커피"…농약 2가지 검출

"사이좋은 이웃인데…이런 일 상상도 못해"

17일 어르신들이 오리고기를 먹고 중태에 빠진 현장인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에서 경북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4.7.17/뉴스1 ⓒ News1 신성훈 기자

(봉화=뉴스1) 신성훈 기자 = 초복날 음식을 먹고 농약 성분에 중독돼 중태에 빠진 마을 주민 4명이 식사 후 경로당에서 함께 커피를 마신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음식물로 농약에 중독된 것인지, 커피를 마셔 중독된 것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은 17일 57명의 전담기동팀을 편성해 식당과 경로당, 노인복지회관, 농약 판매업소 등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경로당 회원들로부터 "병원으로 이송된 노인 4명이 식사를 마친 후 경로당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주민 4명은 의식 저하, 호흡 마비, 침 흘림, 근육 경직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병원 측은 "위 세척액에서 에트펜프록스와 터부포스 등 2가지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앞서 초복인 지난 15일 오후 1시쯤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의 한 식당에서 경로당 회원 40여명이 오리고기를 먹은 후 1명이 심정지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2명이 의식불명에 빠졌다.

또 주민 1명이 뒤늦게 비슷한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초 경찰과 보건 당국은 식중독 증상을 의심했다.

사건 이후 마을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경로당 회원인 80대 A 씨는 "우리 마을에 이런 일이 생길 줄 꿈에도 몰랐다"며 "사이좋게 지내던 이웃인데, 빨리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90대 할머니는 "매일 얼굴 보는 사이인데 갑자기 그렇게 됐다는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봉화군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끼리 다툼이 없는 동네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커피를 마셨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며 "참고인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탐문수사 등으로 진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