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장사 망하게 해주겠다" 공무원 2명 '협박' 혐의 고발(종합)
감사팀 "피해 업주-직원간 주장 달라…진상규명 필요"
피해 업주도 '협박' 혐의로 공무원 2명 고소 조치
- 남승렬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대구 중구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공무원 '치킨집 갑질' 논란과 관련해 직원 일부를 경찰에 고발했다.
27일 중구에 따르면 구청 감사팀은 지난 25일 경찰에 직원 일부를 수사 의뢰했다. 감사팀은 논란의 당사자들인 직원 4명 중 몇명을 고발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4명 가운데 2명이 협박 혐의로 고발당했다.
앞서 감사팀은 공무원 4명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위서 내용을 바탕으로, 이들을 일일이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하지만 일부 직원과 피해 업주간 주장이 달라 경찰에 공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팀 관계자는 "그쪽(피해 업주) 주장과 구청 직원의 주장이 다르고 형법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공정한 진상규명을 위해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피해 업주도 공무원 2명을 협박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구가 고발한 이들과 동일인들이다.
중구는 경찰 수사와 검찰 송치 여부 등 사법기관의 법적 판단이 나오면 고발 조치된 공무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처분 등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3일 자영업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마음이 힘드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직원 없이 아내와 작은 치킨집을 운영한다고 밝힌 글쓴이 A 씨는 "며칠 전 홀 마감 직전에 이미 술을 마신 손님들이 들어오셨다"며 "30분만 먹고 가겠다고 하기에 경기도 어려우니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에 손님을 받았는데, 이렇게 큰 화근이 될 줄 몰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 씨 글에 따르면 당시 40~5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이 치킨과 술을 주문했다. 음식을 내간 뒤 A 씨 아내가 테이블 바닥에 맥주가 흥건한 모습을 보게 됐다.
A 씨가 올린 당시 CCTV 화면을 보면, 통로 쪽 테이블에 앉은 남성 한 명이 두 차례에 걸쳐 술을 바닥에 고의로 버렸다.
이를 본 A 씨의 아내가 "물을 흘리셨나요?"라고 물었고, 손님 한 명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행동을 취했다고 한다. 다른 손님들은 대수롭지 않게 행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CCTV 화면을 보면 A 씨 아내가 키친타월로 테이블 쪽 맥주가 가득한 곳을 닦았다. 손님들이 계산하고 나간 후 한 명이 다시 들어와 A 씨 아내에게 따지듯이 말을 건넸다.
A 씨는 "처음에 손님 한 명이 다시 들어와서 '바닥 치우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했고, 그러는 와중에 다른 손님들도 다시 들어와서는 아내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삿대질했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손님들은 "내가 돈 주고 사 먹는데. (우리가) 바닥에 오줌을 쌌냐? 맥주를 흘릴 수도 있지. 먹튀를 했냐?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부자 되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손님 중 한 명은 "나 구청 직원인데 동네에 모르는 사람 없다.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장사 바로 망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다른 손님 한 명은 가게 상호를 말하면서 "SNS에 올려 망하게 해 주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아느냐. 이 동네에 아는 사람 많다"는 등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A 씨는 "CCTV를 돌려보니 손님은 실수가 아니라 맥주를 바닥에 뿌리는 수준이었다"며 "그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그날 이후 저는 잠을 이루기 힘들고, 아내는 가게에 못 나오겠다고 한다"고 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중구는 진상조사에 나서 손님 네 명 모두 구청 직원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류규하 구청장 명의의 사과문에서 중구는 "물의를 일으킨 직원의 맥주 사건과 관련해 업체 사장님과 주민 여러분, 이번 사건을 접하신 많은 분께 사과 말씀드린다"고 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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