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만원 돌려줄게요"…대구 미분양에 두 손든 건설사
다른 단지로 확산될까
- 김종엽 기자,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김종엽 이성덕 기자 = 부동산 경기 침체로 쌓인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존 계약자와 업체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대구에서 분양 대금 반환에 전격 합의한 단지가 나왔다.
'미분양 무덤'에서 벗어나기 위한 할인분양에서 불거진 갈등을 해소시키는 촉매제가 될지 관심이다.
24일 대구 수성구 신매동 시지라온프라이빗 입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시행사와 시공사를 만나 내년 8월까지 가구당 9000만 원의 분양 대금을 반환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비대위는 합의 이후 아파트 정문에 걸려있는 '가압류된 분쟁 중인 아파트입니다'라는 현수막을 '원만한 합의 완료'로 교체했다.
207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 초기 계약자는 24명으로, 시행사가 2022년 6월30일부터 '미분양 떨이'에 나서면서 마찰이 빚어졌다. 업체 측은 당시 입주지원금 가구당 7000만 원 제공 및 중도금 무이자, 잔금 납부 유예, 700만 원 상당의 시스템 에어컨 4대 무상 시공 등 최대 8500만 원의 할인혜택을 특별분양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창용 비대위 대표는 "최근 건설사와 분양대금 반환 금액 및 기간에 대해 합의를 보고 공증 절차를 밟고 있다. 공증이 완료되면 소송을 취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인 분양을 진행 중인 다른 아파트의 시행사와 기존 수분양자 간의 분쟁은 진행 중인다.
동구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 시행사인 호반산업은 5년 뒤 잔금 납부와 최대 9000만원 할인 등의 조건으로 저조한 계약률을 높이려고 했으나 입주민들의 반발로 진행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입주민들은 서울에 있는 시행사로 '상경 트럭 시위'를 벌이는 한편 아파트 출입구를 차로 가로막기도 했다.
또 다른 미분양 아파트인 수성구 '빌리브헤리티지' 상황은 더 심각하다. 146가구 분양률이 20%에도 못 미쳐 분양가보다 3억~4억 원 낮게 거래가 이뤄지면서 기존 입주자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철조망을 치는 등 강경대처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계약 조건이 변경되면 기존에 체결한 계약도 동일한 조건으로 소급 적용(변경)한다'는 특약을 근거로 시행사 측에 대금의 일부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준공후 미분양은 신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팔리지 않는 물량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된다. 시행사와 시공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할인분양에 나서는데, 이 과정에서 혜택을 받지 못한 기존 계약자와 업체 간 갈등을 빚는 사례가 발생한다.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올해 3월 말 기준 9814가구로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국 물량(6만4964가구)의 15.1%를 차지해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3월 기준 1306가구로 전월(1085가구)보다 221가구 늘어 6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kim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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