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인연 찾고파"…대구 수성구 방문한 12명의 일본 여성
수성문화재단, 한국-일본 남녀 이색 소개팅 파티
23일 커플 일곱쌍 나와…"지난해 행사 한 커플 결혼 전제 만남"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하시나요"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 좋아요."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 대구 수성구 수성못.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한국 남성 12명과 투피스 차림의 일본 여성 12명이 3분씩 자기소개를 하고 자신의 이상형을 밝혔다.
한 남성 참가자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 속 한 장면인 스케치북 고백 영상에서 착안, 스케치북에 자신의 직업, 취미 등을 일본어로 적어 소개하고 "음주도 안 하고 계획적인 편"이라며 다정다감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다른 남성 참가자는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올해 45살이지만 조금이라도 젊게 살려고 노력 중"이라며 "여행을 좋아해서 일본 도쿄, 오사카, 삿포로 등 여러 도시를 다녔다. 일본 문화가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여성 참가자는 이번 소개팅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일본 젊은 남성들은 약해 빠진 '초식남'이어서 싫다"며 "씩씩한 한국 남성의 모습에 반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곧바로 잠시 망설이던 남성들은 마음에 드는 여성과 짝이 되려고 적극적으로 말을 건네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짝이 된 남녀는 수줍게 웃으면서 서로에게 음식을 건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본어가 서툰 한 남성은 AI 번역 서비스인 '파파고'를 사용해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며 말을 건넸고, 언어가 잘 통하는 한 커플은 "일본 어디를 방문해 보셨냐",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 등 서로 얘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대구 수성문화재단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결혼정보업체인 '인연애(愛) 반하다'가 진행하는 '한·일 청년 미팅관광단'에 몇 차례 동참하게 됐다.
수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상호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투어를 통해 저출산과 인구감소 문제에 대응하고자 지난해 한차례 등 총 2번을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연애 반하다' 이호상 대표는 "소개팅이 한차례 열릴 때마다 신청만 100건 이상 들어와 빠른 속도로 마감됐다"며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남녀 각 12명을 선발했다"고 했다. 참가자 나이는 20대부터 50대로 공무원, 경찰, 교사, 의사, 은행원 등 다양했다.
한 남성 참가자는 "한국 여성에게 큰 상처를 받았다. 어느 동네에서 사는지, 어떤 브랜드의 차를 모는지, 연봉은 얼마인지 등등 내게 바라는 기준이 너무 높았다. 삶의 가치관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신청했다"며 "일본어 수업도 듣고 있어 기본적인 회화는 가능하다. 장거리라는 게 무색할 만큼 좋은 남자 친구가 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참가자들이 미팅관광단을 선택한 건 '인연을 해외에서 찾는 것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한 여성 참가자는 "소개팅이나 미팅은 무조건 서로와의 연애를 전제로 하다 보니 오히려 부담스러워 꺼리게 됐다"면서 "함께 관광 명소를 방문하면서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고 좋은 인연과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이 행사를 이끄는 이 대표는 "이날 열린 행사를 통해 일곱 커플이 나왔다"며 "지난해 진행된 행사에서 한 커플은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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