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자리에 노인복지시설 속속…대구 출산율 6년째 0명대

"노인 수요 맞춰 공공 요양시설 확충해야"

요양원으로 바뀐 대구 북구의 시설(왼쪽 흰 건물). 출산율 저하에 따라 영유아 시설이 노인복지시설로 변경되는 사례가 많다.2024.2.13/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대구 북구 침산탑요양원은 원래 2006년 문을 연 어린이집이었다. 이곳은 창의영재교육 프로그램으로 학부모들의 큰 관심을 모았지만 해마다 원생 수가 줄어들면서 1년간 운영을 멈췄다가 결국 지난해 3월 폐업했다.

1992년 대구 수성구 수성3가동에서 어린이집을 개업·운영하던 70대는 운영난을 겪다 2020년 3월 문을 닫고 매호동으로 이전해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다.

저출산이 심해지면서 폐업한 어린이집이 요양원 등 노인복지시설로 바뀌어가고 있다.

13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2022년 대구의 합산출산율은 0.757명으로 2013년 1.127명 대비 10년새 0.37명 줄었다.

합산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데, 2012년과 2013년 각각 1.127명으로 1명대를 유지하다 2018년부터 0명대로 떨어져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 영향으로 2019년 193곳이던 수성구의 어린이집 수는 5년 새 137곳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북구도 360곳 가운데 160곳이 문을 닫았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어린이집과 노인복지시설은 건축법상 노유자 시설에 포함돼 어린이집 운영자가 폐업 후 개·보수를 통해 노인복지시설로 전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장기요양시설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영난으로 폐업한 어린이집이 요양원으로 전환된 후 입소자 수가 정원의 64%를 차지할 만큼 운영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받은 '장기요양기관 전환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년간 전국 어린이집·유치원 188곳이 장기요양기관으로 바뀌었다.

김영주 의원은 "증가하는 노인 요양 수요에 맞춰 어린이집 인프라를 활용한 양질의 공공 노인요양시설이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