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6범'에게 3억대 조각 구입한 청도군…작가 이력도 확인 안해
사기혐의 고발 예정
- 정우용 기자
(청도=뉴스1) 정우용 기자 = 이승민 경북 청도군 의원이 8일 "청도군의 기증 조형물 설치와 조각상 구입에 대한 행정 절차상 감시와 감독을 명확히 하지 못했다"며 대군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군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명확히 못 해 군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 며 "문화관광과에서 추진한 기증조각상과 청도 신화랑 풍류마을 조각상 구입비와 설치비 등 4억여원이 투입된 사업에 대해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등을 살펴 혈세가 허투루 쓰인것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중한 혈세를 낭비한 것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며 "청도군수는 공무원들과 언론인에게만 사과하지 말고 세금을 낸 군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해 초 김하수 청도군수는 '최 바오로'라는 작가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
최 씨는 편지에서 어머니가 청도 이서면 대전리 출신이고, 아버지는 외국인으로 6·25 때 두 분이 첫사랑으로 만났으나, 자신은 혼혈아로 태어나자마자 이태리 까롤로 조각가 집안으로 입양돼 조각을 배워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하게 됐다고 주장하며 자기 작품을 어머니 고향 청도에 기증하고 싶어서 연락했다고 밝혔다.
편지를 받은 김 군수는 지난 1월 공무원과 함께 최 씨가 운영하는 강원도 영월 종교박물관을 견학했고 이후 최 씨는 본인 주장 7억원을 호가한다는 '비전21'과 '나팔 부는 천사상' 등 8점의 작품을 청도군에 기증하며 김 군수의 환심을 샀다.
김 군수는 최 씨에게 신화랑풍류마을에 설치할 화랑 및 풍류와 관련된 작품을 의뢰했고, 최 씨는 신화랑 풍류마을 19점,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공원 1점 등 20점의 작품을 2억 9700만원에 제작 설치했다.
하지만 최 씨는 세계적인 조각가가 아니었으며 전과 6범의 범죄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조각가협회나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군수와 청도군 공무원들은 당연히 해야 할 최 씨의 이력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았고 기증 공세를 펼친 그의 말만 믿고 작품 제작을 의뢰해 구입한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종교박물관 방문시 동행했던 박성곤 청도군 의원이 행정사무 감사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가가 구글링에 이름 한 줄도 안나올 수 있나" 며 "땅바닥에 굴러 다니는 청동화로를 '국보'라고 하는 등 '사기꾼' 같은데 작품 구매전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청도군은 기부평가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기부 조각상을 서둘러 설치했고 '계약'도 하기 전에 조각품을 구매해 설치하는 등 이상한 행태를 보여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대해 김 군수는 "절차적 과정을 소홀히 한 저의 불찰이 크다. 의욕이 앞서 사려 깊지 못한 판단으로 군민과 공직자들에게 행정에 대한 불신을 갖도록 하고 심려를 끼쳐드렸다" 며 "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더 철저한 검증과 숙고의 시간을 갖고 올바른 행정서비스를 펼치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청도군 관계자는 "설 쉬고 '사기 혐의'로 최 씨를 고발하기 위해 법률적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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