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일터 끝내야" vs "준비 안된 영세사업장 폐업 위기"

중대재해법 27일부터 확대…노동계-소상공인 입장 팽팽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추가적용유예 입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2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등 확대 시행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정치권이 재논의를 통해 (처벌) 대상 확대를 유예해서는 안된다"며 모든 사업장의 중대재해법의 엄정한 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나 소상공인들은 "열악한 민생경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벌 대상 확대"라며 반발하고 있다.

2022년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7일부터 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까지 확대된다. 정부와 여당, 재계 등은 현장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확대 시행을 2년 유예하려고 했지만,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 (유예 내용이 포함된) 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불발됐다.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을 놓고 노동계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는 26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법 시행으로 '죽음의 일터'를 끝장내야 한다"며 "중대재해법은 모든 사업장에 엄정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산업재해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을 갖고 일터로 나가는 노동자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중대재해법 시행 2년이 됐지만 그동안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들은 구속되지 않았다"며 "고용노동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기업은 생산성 운운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대재해법은 하루빨리 전면 확대 시행돼야 한다"며 "법을 위반했을 때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산재에 취약한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 적용을 유예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부가 공동안전관리전문가 지원 예산을 늘려 1인당 담당 사업장 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매뉴얼과 안전인력, 설비 투자 등 국가의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며 "법의 실효성을 높여 산재 사망 사고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 업주와 소상공인들은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확대 시행하면 폐업 위기에 몰린다"며 생존권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 북성로에서 공구와 기계설비를 취급하는 50대 업주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영세 사업장이 어떻게 안전관리 인원을 따로 두고 월급을 줄 수 있겠느냐"며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성급한 확대 시행"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저와 아내를 포함해 직원이 7명인데 혹시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면 처벌 수위가 너무 높아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을 폐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될 때까지 확대 시행을 유예해 달라는 것이 업주들의 대체적인 입장"이라며 "대기업처럼 자금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안전관리자를 별도로 두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