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구찬가' 그만…대구 의원 반 이상 물갈이될 수도"(종합2보)
'천아용인'과 대구서 勢 과시…"지지자 1600여명 몰려"
"신당 일부러 늦게 끌 이유 없어…한동훈? 대구 출마 안 할 것"
- 남승렬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대구의 멀찍한 과거를 칭송하지 않고 대구 시민의 위대함을 언급하지도 않겠다. 오히려 싸가지 없게 대구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대한민국의 위기를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이라는 주제로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하나마나한 대구찬가 대신 오늘부터 대구의 정치를 미래로 옮겨봤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내년 대구 총선과 관련해서는 "12명 가운데 반수 이상이 물갈이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이날 방문을 포함해 두달 사이 이 전 대표가 대구를 찾은 것은 6번째다. 정치권 일각은 그의 잇단 대구 방문을 놓고 내년 4·10 총선 등판설이 나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견제하는 세(勢) 결집 행보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연설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과 안보 등에 대한 지적도 에둘러 했다.
그는 "오늘은 고 채 상병이 안타깝게 대민지원을 나갔다가 사망한 지 130일 째가 되는 날"이라며 "채 상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다시 한번 추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를 튼튼하게 하는 것은 사랑하는 아들을 해병대에 보내 놓은 부모가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나날이 성숙해 가는 늠름한 아들의 팔각모 쓴 모습에 자랑스러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입으로 전쟁을 불사할 기세로 '전쟁 준비'를 언급하는 정부의 모습이 강한 안보를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특히 "어느 해병대 용사의 억울함을 풀어줄 진정성과 장교로서의 직분에 충실했던 한 군인의 명예를 다시 세워줄 용기가 없다면 용렬한 필부지용일 뿐"이라고 했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그는 또 "대구에서 성공하려면 '비만 고양이'처럼 살라고 해야 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한 것처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는 말을 듣던 과거를 지금도 가르쳐야 하나"라고도 했다.
비만 고양이는 그가 최근 비판한 국민의힘 소속된 12명의 국회의원을 가리킨다.
그러면서 그는 "막연하게 대구를 칭송하지는 않겠다"며 "대구의 변화를 때로는 간곡하게 가끔은 격정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대구를, 대한민국을 바꾸는 큰 도전을 해볼 것"이라며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미래의 논제를 꺼내드는 시발점이 오늘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사실상 신당 창당의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된다.
토크콘서트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신당 창당을 결정하게 된다면 결정 시점을 일부러 늦게 끌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 가능성을 70% 열어두고, 결단의 마지노선으로 잡은 12월 27일을 정확히 한달 앞둔 이날 '보수 텃밭'이라고 불리는 대구를 또다시 찾은 그는 12월 27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변화 등 여당의 변화가 없으면 창당하겠다는 뜻을 재차 내비쳤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결정 시점이 12월 27일보다) 빨라질 수 있지만 그것보다 늦어지지 않게 판단하려고 한다"며 "신당의 구성원들이 윤곽이 잡히면 그들과 논의해 적극적인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대구 출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내년 총선 국민의힘 소속 대구 현역 의원들의 생존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12명의 대구 국회의원 중에서 반수 이상이 (내년 총선에서) 물갈이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최근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대구에서 가장 약한 후보 상대로 출마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대구에 물갈이가 대규모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대구에서 누가 약한지 판단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이다.
"이준석 신당과 관련해 대구의 민심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질문에 그는 "대구에서 하는 도전이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며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극복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지만 영업비밀"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당협위원장,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의원,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등 '친(親)이준석계'로 꼽히는 이른바 '천아용인'도 함께하고 있다. 다만 김 전 청년최고위원은 개인 일정상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가 모집한 '지지자 연락망'을 통해 사전에 행사 참석을 신청한 지지자 1600여명(주최측 추산)도 엑스코를 찾았다.
이 전 대표가 지난 18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집한 지지자 연락망에는 현재까지 5만여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같은날 엑스코에서 '임영웅 콘서트'가 열리면서 이 전 대표 측이 세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날 토크콘서트 일정을 잡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이 전 대표는 "(임영웅과 관련된) 그런 논란을 아무리 만들어서 이준석을 때려봤자 당의 위기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고 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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