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으로 숨진 제2의 유엽이 더는 없어야"

시민단체 "경북에 공공의대·의전원 설립" 촉구

참여연대 등 보건·의료·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지난 2021년 3월 18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고 정유엽 학생 사망 1주기 추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3.18/뉴스1 ⓒ News1 자료 사진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경북지역에 공공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의심환자로 분류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고(故) 정유엽군(17) 사망사고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와 정의당 경북도당 등은 31일 경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에 공공의대와 의전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 등은 "국내 공공병원 비중이 고작 5%로, 95%가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병원"이라며 "의사 수 확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 공공의대 및 의전원 설립 운영제정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유엽군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며 "감염병 대유행 시기 의료 취약계층과 시민들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해 건강권을 위협 받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병원 응급실을 돌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제 때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은 사태가 연일 전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 의료는 모든 환자와 지역에서 평등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대책위 등은 "의사 수를 확대하고 지역 공공의대를 설립해 지방의 의료 공백을 막고, 정유엽군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 의료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코로나1차 대유행 시기인 2020년 3월 정군은 경북 경산시의 약국에서 줄을 서 마스크를 산 뒤 고열 등의 증세를 보였다. 코로나 의심환자로 분류돼 10차례가 넘는 검사를 진행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고열 증세로 경산 중앙병원과 대구 영남대학병원에 잇따라 입원했으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했을 때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겪은 뒤 같은달 숨졌다.

보건당국은 당초 정군의 증상을 코로나19로 보고 진단검사를 13번이나 시행했지만 최종 검사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으며, 의학적 사인은 중증 폐렴으로 판정됐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