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집단학살' 산청·함양사건 유족, 74년 만에 국가배상 승소
18억2583만여원 지급…정부 항소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6·25전쟁 중 경남 산청, 함양 등 지리산 일대에서 국군에 의해 민간인이 학살된 '산청·함양사건'의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74년만에 국가 배상을 인정받았다.
부산고법 민사5부(김주호 부장판사)는 '산청·함양사건'의 희생자 유족 15명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18억2583만3326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산청·함양사건은 거창사건과 함께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국군의 공비토벌작전 수행 당시 벌어진 민간인 희생사건이다.
당시 산청군 금서면 가현, 방곡마을과 함양군 휴천면 점촌마을, 유림면 서주마을에서 705명이 통비분자로 간주돼 집단 학살됐고, 곧이어 거창군 신원면에서도 719명이 사살됐다.
이들은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등을 위해 1996년 제정된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거창사건법)에 따라 1998년 2월 17일 희생자 유족으로 결정됐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거창사건법에 의해 사망자·유족을 결정이 이뤄진 산청·함양 사건에 대해서는 진실규명신청 대상에서 제외해 별도의 진실규명이 이뤄지진 않았다.
이번에 소를 제기한 원고들은 희생자들의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 또는 그 상속인으로 "정부는 공무원인 국군에 의해 자행된 불법 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국가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채권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장기소멸시효),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채권 역시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단기소멸시효)이 지났기에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정부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족들이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설치된 진화위 활동이 끝난 2010년 6월 30일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고,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도 2023년 3월에야 소송을 제기해 청구권이 소멸됐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간 장기·단기소멸시효에 적용을 받아 국가 배상에서 패소해온 거창사건 유족들에게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집단희생 사건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에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단이 내려진 2022년 10월에서야 비로소 산청·함양사건의 유족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행위일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7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경과했고, 장기간의 배상 지연에도 지연 손해금을 가산하지 않는 점, 다른 민간인 희생사건과의 형평을 고려했다"며 위자료는 사망자 본인 1억원, 당시 생존한 사망자의 배우자는 5000만원, 부모와 자녀는 각 2000만원, 형제자매는 1000만원으로 정했다.
이러한 판단에 불복한 정부는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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