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100여명 등친 193억 전세사기범 '법정 최고형'

재판부 "피해회복 노력 없어…잠적하기도"

부산지법 동부지원 입구. ⓒ News1 DB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사회초년생 100여명을 상대로 193억원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재판부가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이범용 부장판사)은 23일 사기, 사문서위조 동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40대)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무자본 갭투자로 건물을 구입한 뒤 HUG 보증보험에 가입시켜주겠다고 임차인들을 속이고 전세계약을 체결해 157명으로부터 보증금 193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허위 계약서로 HUG 보증보험 가입을 시도한 혐의도 있으며, 일부 세대는 가입에 실패했고, 가입된 세대도 뒤늦게 HUG로부터 가입 취소를 통보받았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전세사기 범행은 주택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교란하고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그들의 생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라며 "피해자들은 상당한 재산적 손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 A씨는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에 대출금 채무를 부담하게 돼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잃어버린 20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실의에 빠진 신혼, 사랑하는 자녀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더한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의 부모들, 그동안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피해자와 주변인들이 이 사건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A씨는 피해자들이 처하게 될 상황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목적으로 범행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피해의 규모가 더욱 커졌다"면서 "돈을 편취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하기도 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잠적하기도 했다"고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다.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 이하인데,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지른 피고인의 경우 '경합법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1까지 형을 더할 수 있는 규정에 따라 이날 A씨에게는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이날 이범용 판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도 전했다. 이 판사는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셨던 피해자 분들의 진술을 직접 청취했고, 제출하신 탄원서들도 모두 읽었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고 어쩌면 피해자 분들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있는 심정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여러분들의 미래에는 또다시 밝은 태양이 떠오를 것이고 지금은 시련은 지나갈 것이니 지금까지 잘 해오신 것처럼 희망을 잃지 말아라"고 당부했다.

한편, 다수의 피해자와 다액의 피해금을 양산하는 전세사기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위반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특경법 적용 대상은 범죄수익 5억원 이상의 사건이지만 전세사기의 경우 개별 범죄의 피해금액이 기준 금액을 넘지 못해 일반 사기죄가 적용된다.

특경법 상 사기죄의 경우 범죄수익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단순히 특정 금액을 넘으면 특경법을 적용하는 기존 현행법이 바뀔 필요가 있다"라며 "일부 조직 범죄라든지 다수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거액의 피해에 대해서는 사기 범죄에 대해서는 법정형이 바뀌거나 특경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