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등판' 부산 금정구, 접전도 없었다…'보수 건재'
여론조사와 달리 22%p 큰 격차로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 당선
정권심판보다 지역일꾼에 표심…野 단일화 지연에 막판 실언 '악재'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10·16 부산 금정구정창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를 차지하면서 부산지역의 여전히 높은 보수의 벽을 실감케 했다.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는 61.03%를 득표하며 38.96%를 얻은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기초단체장을 뽑는 '미니선거'였지만 4개 선거구 중 유일하게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여야 맞대결로 치러진 부산 금정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최대 격전지로 꼽혔다.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해 총력전을 펼쳤고 실제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이 예상됐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연일 계속되는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으로 지역 민심이 흔들리자 선거판 키우기를 자제했던 국민의힘도 야권 단일화에 힘입은 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 한동훈 대표를 전면에 세웠다. 한 대표는 선거 전날까지 총 6차례 부산을 찾아 '지역일꾼론'을 내세우며 보수 결집을 호소했다.
이재명 대표도 이 기간 4차례 부산을 방문해 '정권 심판'을 부르짖었다. 유세 마지막 날인 15일 대장동 사건 재판에 출석하느라 현장 유세를 오진 못했으나 SNS를 통해 "여러분의 손으로 2차 정권 심판을 완성해 달라"며 표심 모으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실제 개표 결과는 예상보다 많이 기울었다. 임기 중간에 당장 구정에 투입될 구청장 자리를 두고 '지역 밀착형 공약'보다 '정권 심판'을 강조하면서 부동층의 유입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실책으로 꼽힌다.
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소모적 논쟁을 벌이며 시간을 지체한 탓에 단일화가 급박하게 추진되면서 충분한 '단일화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경지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서 유세를 펼친 것은 사전투표 전까지 단 5일, 본투표 전까지는 단 9일에 불과했다.
게다가 김영배 민주당 의원의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관련 실언으로 막판 보수층 결집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도 민주당에겐 악재였다.
선거 결과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희비는 엇갈렸지만 각 후보의 득표율을 고려한다면 이번 결과는 여야 모두를 향한 경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 여당의 전국적 참패에도 불구하고 부산은 18개 지역구 중 17개를 국민의힘이 거머쥐며 보수의 아성을 지켜낸 데다가, 부산 금정은 역대 8번의 구청장 선거에서 7번을 국민의힘과 전신 정당이 승리한 전통적 보수 텃밭이라 보궐선거 후보 등록 전부터 국민의힘의 '쉬운 승리'가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 심판론이 거세지면서 보수 일변도에 균열이 생겼다. 국민의힘은 '금정 수성'으로 체면치레는 했지만, 선거기간 여러 차례 감지된 위기감을 고려하면 다음 행보에 따라 내후년 지방선거의 민심이 뒤바뀔 수 있다는 무거운 결과를 받았다.
반면 단일화로 진보층의 투표 동인이 확실했던 만큼 해볼 만하다 자평했던 민주당은 아직 뿌리 깊은 지역 구도를 깨긴 역부족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앞선 선거와 비교해보면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낸 17곳(연제 제외)의 민주당 후보 총 득표율은 44.98%로, 국민의힘 득표율 53.82%와 8.84%p 차에 그쳤다.
특히 당시 금정구는 박인영 민주당 후보와 백종헌 국민의힘 후보가 양자대결을 펼쳤는데, 박 후보(43.37%)는 백 후보(56.62%)에 약 13%p 차로 패배했으나 역대 금정구 선거에 나선 진보 후보 중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윤 후보(61.03%)와 김 후보(38.96%)의 득표율 차는 22.07%를 보인다.
30~40% 진보층의 꾸준한 지지를 확인했다는 위안은 얻을 수 있으나 여전한 간극을 확인했다는 점은 숙제다.
결국 여야 모두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부산의 지역 민심을 제대로 읽고 대응하는 것이 향후 선거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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