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허위계약서로 보증계약 취소…법원 "HUG, 지급 의무 없어"

전세사기 피해자, HUG 상대 보증금 반환 소송서 패소

부산지법 동부지원 입구. ⓒ News1 DB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임대인이 제출한 허위서류로 보증계약을 체결했다가 뒤늦게 보증계약을 일괄 취소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게 법원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서근찬 부장판사)는 부산 수영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 등 5명이 HUG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채무 이행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당 1억2500만~1억6000만 원 총 7억1500만원의 보증금 지급을 청구한 원고의 소를 기각했다.

A씨 등은 2021년 6~7월 사이 부산 수영구 한 오피스텔 임대인인 B씨(40대)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이 만료되기 2개월 전인 2023년 3~4월 A씨 등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지했고, 임대차 계약은 예정대로 같은 해 6~7월 모두 만료됐다.

그 사이 같은 해 5월 B씨는 이들이 거주 중인 세대를 포함해 오피스텔의 총 20개 호실에 대해 HUG와 임대보증금보증계약을 맺었다. 이 보증계약은 임대차계약 종료 시 B씨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에 HUG가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A씨 등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B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HUG에 보증금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HUG는 이를 거절했다.

B씨가 부채비율 보증요건을 맞추기 위해 2개 호실의 보증금을 허위로 낮춘 위조 임대차 계약서를 HUG에 제출했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HUG는 같은 해 9월 이 건물 20개 호실에 대한 보증계약을 일괄 취소했기 때문이다.

A씨 등은 "HUG의 보증계약은 보증보험계약의 성격을 띠고, B씨로 인해 보증계약이 취소됐더라도 임대인들은 B씨의 사기에 과실이 없으므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HUG 측은 "임대인들은 보증계약을 바탕으로 새롭게 이해관계를 맺은 게 아니라 이 계약에 의해 채권을 취득한 것일 뿐으로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며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근거로 신청했음이 밝혀진 경우 보증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세칙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계약이 무효됐으니 보증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보증계약 취소는 적법하다며 HUG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자들간 사이 발생한 손해를 보험자가 인수하는 '보증보험'계약과 보험회사가 아닌 HUG의 '보증계약'은 성격이 다르다"며 "원고들이 임대차계약 갱신을 거절한 이후 보증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에 보증계약의 채권담보적 기능을 신뢰해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게 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허위 조건으로 체결된 보증계약까지 HUG가 지급 책임을 부담한다면 일정 제한을 둔 보증 요건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면서 "일단 체결한 보증계약에 대해 거의 무조건적으로 보증금 지급책임을 부담하는 결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