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열어도 닫아도 걱정…" 추석 연휴 맞는 자영업자 '한숨'

"해외여행 수요 증가 등 영향에 매출 증진 어려워"

부산 한 카페에 추석 연휴 영업시간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스1 ⓒ News1 조아서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영업하기로 했다.

김 씨가 지난 설에 이어 이번에도 부모님을 찾아뵙길 포기한 이유는 '매출'이다. 연휴 기간 간간이 몰려오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그나마 부족한 수입을 메꾸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인건비 문제로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연휴 기간 쉬기로 했다.

이처럼 추석 연휴 조금이나마 수익을 내기 위해 홀로 가게를 지키는 사장은 김 씨뿐만이 아니다.

알바천국이 지난달 자영업자 회원 96명을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꼴인 85.4%는 '추석에도 가게를 연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79.7%)보다 5.7%포인트(p) 많은 수치다.

그러나 연휴 영업으로 매출이 평소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자영업자는 47.6%로 과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손님들이 귀성길에 올라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데다, 올해 연휴 중 가장 긴 추석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 수요도 덩달아 커진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번 추석 연휴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19~20일에 휴가를 사용하면 22일 일요일까지 무려 9일간 연휴를 누릴 수 있어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해공항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공항 이용객은 약 29만 5000명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 대비 20% 증가할 전망이다. 이 기간 중국 베이징, 베트남 다낭, 필리핀 보흘·클락필드 등 국제선 이용객은 16만 9793명으로 일평균 2만 8299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산 주요 관광지에서도 연휴 기간 매출 증진을 기대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추석 한 달여 전인 8월 초부터 무인 매장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글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모 씨는 추석 당일에만 문을 닫기로 했다.

가게 영업시간 동안 가까이 사는 시댁에 4세 자녀를 맡길 예정이란 한 씨는 "남들 쉬는 대로 1주일가량 문을 닫으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 연휴에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며 "관광지라고 해도 사람이 반짝 몰리는 휴가철 외엔 겨우 매장을 유지하고 있는 탓에 이번 연휴도 반납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 쉴 때 2배, 3배 일해야 겨우 남들 만큼 버는 게 자영업의 현실이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다"며 "가게 문을 닫을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도 언급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실시한 소상공인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월평균 영업 휴무일이 없거나 영업 휴무일이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3명꼴(28.8%)이었다. 종사자 수나 매출액이 적은 소상공인일수록 그 비율이 높았고, 충분한 영업 휴무일을 갖지 못하는 이유로는 '수익 압박'(39.9%) '업종 특성'(39.3%)' 등을 꼽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 제도로부터 배제된 자영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과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부산의 경우 특히 근로자를 위한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많다"며 "고용보험 가입 여부가 아닌 소득을 기준으로 한 보장 제도가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산시는 오는 11월부터 KB금융그룹, 한국경제인협회와 함께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상공인의 안정적 출산·육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소상공인 육아 응원패키지' 지원사업을 실시한다. 시는 이를 통해 소상공인과 종사자 출산·육아 대체 인건비, 소상공인 아이돌봄서비스, 무주택 소상공인 육아응원금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