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되는 소리 멈춰라"...창원 소녀상 앞 극우 집회에 시민들 '반발'

극우단체, 소녀상 철거 요구하며 피해자 향해 혐오 발언
시민들 "역사 왜곡하는 얘기 어디까지 들어야 하나" 항의

11일 낮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문화광장에 설치된 창원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극우단체가 집회를 하고 있다. 2024.9.11 ⓒ 뉴스1 박민석 기자

(창원=뉴스1) 박민석 기자 = "말도 되지 않는 소리 하지 마세요."

11일 낮 12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문화광장.

평소 한적한 광장 앞 골목은 극우단체의 집회와 굳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로 긴장이 흘렀다.

이날 오동동문화광장에 설치된 창원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단체 회원 5명은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4일 경남교육청 제2청사와 창원 오동동문화광장, 양산 물금읍 양산도서관 등 도내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혐오표현이 적힌 손피켓을 두고 인증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를 한 바 있다.

이날 집회에서도 이들은 소녀상이 대일 적개심 투영된 거짓과 증오의 상징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11일 낮 창원 오동동문화광장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연 극우단체 집회에서 혐오발언이 이어지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이 항의하고 있다. 2024.9.4 ⓒ 뉴스1 박민석 기자

혐오 발언이 나올 때마다 시민들은 한숨을 내쉬며 불편한 표정으로 집회를 계속 응시했다.

집회가 시작된 지 20여분 만에 이를 지켜 보던 한 시민이 "말도 되지 않는 소리 하지 마세요. 이게 무슨 짓입니까"라고 항의하며 단체에 다가가다 경찰에 제지 당하는 일도 일어났다.

이 시민은 "경찰이 집회를 허가해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독일에서는 나치에 대한 옹호만 해도 처벌을 받는데 어떻게 부마항쟁이 일어난 마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냐"며 분노했다.

한 시민이 나서자 이를 지켜보던 다른 시민들도 극우단체를 향해 "조용한 동네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 "역사를 왜곡하는 얘기를 어디까지 들어야 하나"며 항의했다.

진주에서 이날 집회 현장을 찾은 변동현씨(경상국립대 4학년 재학)는 "소녀상에 테러를 한 사람들이 집회를 한다길래 화가 나서 막아야 겠다는 생각에 왔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잘못된 사실을 전파하는 것이 무엇을 의도하고 저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마이크를 들고서 저런 혐오·왜곡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라며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 사람이 친일 발언을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으니 지금 이곳에서 이런 소리를 듣게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일 낮 창원오동동문화광장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극우단체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4.9.4 ⓒ 뉴스1 박민석 기자

창원시와 경찰은 이날 극우단체 회원들이 소녀상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접근 금지 띠와 폴리스 라인을 두 겹으로 쳤다.

경찰은 이날 오동동문화광장에 35명의 경찰관을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체의 집회와 시민들의 마찰 방지에 주력해 집회를 관리했다"고 말했다.

pms71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