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사기 이제 그만' 창원 '위안부 소녀상' 2곳에 혐오 표현

신원미상 남녀 4명, 혐오문구 적힌 손피켓 놓고 사진촬영
시민사회·행정당국 대응 고심 "법적 처벌 가능한 지 검토"

4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혐오 문구가 적힌 손피켓 등이 놓여 있다.(독자 제공)

(창원=뉴스1) 박민석 기자 = 경남 창원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 2곳에 혐오 표현이 가해졌다.

5일 경남교육청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 시민모임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40분쯤 창원시 성산구 경남교육청 제2청사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신원 미상의 중년 남녀 각 2명이 '위안부 사기 이제 그만'이라고 적힌 어깨 띠를 소녀상에 두르고 '흉물', 일본어로 '소녀상은 위안부 사기극의 선전도구'라고 적은 손피켓을 놓은 뒤 사진을 촬영했다.

이들은 혐오 문구로 훼손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사진을 촬영한 후 손피켓과 어깨띠를 챙겨 자리를 떠났다.

이날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성동 오동동 문화광장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도 '철거'라고 적힌 마스크를 소녀상에 씌우고 경남교육청에 설치된 소녀상에 두른 어깨 띠와 동일한 띠가 둘러졌다.

소녀상 주변에는 '위안부 사기 국정조사 실시하라', '반일의 상징" 등의 문구와 혐오 표현이 적힌 손피켓이 놓여졌다.

지역 시민단체 등은 창원 성산구와 마산합포구에서 같은날 이같은 행위를 한 신원 미상의 중년 남녀들이 동일 인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희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는 "지난해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서 우려했는데 우리 지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세력이 저지른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이 친일 인사들을 주요 역사 기관 책임자나 정부 공직에 앉히면서 친일 세력이 전국적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이제는 행동으로 실행하고 있다"며 "내일 시민모임에서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일에 대한 대응 등 대책 전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 경남교육청 제2청사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신원미상의 남성이 혐오 표현이 적힌 손피켓을 놓고 있다.(독자 제공)

도교육청은 폐쇄(CC)회로TV 분석 등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면 고발 등의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창원시도 대응을 두고 고심 중이다.

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행위를 한 이들이 사진을 찍고 손피켓 등을 수거해 갔다"며 "이같은 행위에 대해 법적인 처벌이 가능한 지 검토하고 있다. 오동동 소녀상에 대한 순찰도 주2회로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동동 문화광장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인권자주평화다짐비'는 지난 2015년 8월 시민들의 성금으로 세워졌다. 관리 주체는 창원시다. 경남교육청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기억과 소망'은 도교육청이 지난 2018년 2월 세웠다.

pms71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