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 40대 여성 죽어갈 때…경찰 4명 파출소서 자고 있었다

최소 5번 살릴 기회 놓쳐…상상초월 근무태만 적발

김남희 생활안전부장(가운데)을 비롯한 경남청 지휘부가 30일 경남청 출입기자실에서 하동 순찰차 사망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 도중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2024.8.30/뉴스1 강정태 기자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실종신고가 접수된 40대 여성이 파출소 순찰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파출소 경찰관들의 근무 태만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남경찰청은 30일 경남청 출입기자실에서 ‘하동 진교파출소 순찰차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당시 파출소 경찰관들이 기본 근무를 규정대로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방문할 당시에도 근무 태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적장애를 앓던 A 씨는 지난 16일 오전 2시쯤 진교파출소에 주차된 순찰차에 들어갔다가 36시간 뒤인 17일 오후 2시쯤 순찰차 뒷좌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순찰차 구조상 뒷좌석에서는 안에서 문을 열 수 없어 갇혀있다가 고체온증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순찰차로 들어가기에 앞서 파출소 문을 여러차례 흔들거나 두드린 뒤 순찰차에 들어갔다.

당시 파출소 내부에는 민원인을 응대하는 상황근무자 2명과 출동 대기 업무를 맡은 대기 근무자 2명 등 4명이 있었는데 근무 태만으로 A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당시 상황 근무자 2명과 대기자 1명 등 3명은 2층 숙직실에 있었고, 나머지 대기자 1명은 1층 회의실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상황 근무자는 1층에서 상황근무를 하고 있어야 했으나, 경찰은 당시 근무자 4명 모두 취침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출소 경찰관들은 순찰 근무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순찰차는 A 씨가 들어간 이후부터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36시간 동안 7차례 순찰을 나갔어야 했으나 순찰을 한 번도 나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근무교대시 차량을 점검한 후 인계해야 한다는 경찰장비관리규칙에 따라 A 씨가 발견될 때까지 3차례 차량 점검 기회가 있었으나 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근무와 순찰, 근무교대시 차량점검만 제대로 했다면 A 씨는 사망 추정 시간인 16일 오후 2시쯤까지 최소 5번은 목숨을 건질 기회가 있었다.

A 씨는 지적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오랜기간 병원에 입원해있다가 지난 7월 퇴원한 후 가족이 있는 하동으로 왔다.

이 사건에 앞서 이번 실종신고 전까지 한달여간 3차례 더 실종신고가 접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2차례는 자진 귀가하고, 1차례는 주민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순찰차로 파출소에 갔다가 가족에게 인계됐다.

이번 사건 당시 A 씨는 주거지를 나와 4시간 가량을 배회하다 파출소를 찾았는데 이는 귀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남경찰청은 진상파악 결과와 감찰 조사에 따라 사건 당시 진교파출소 근무자 13명과 하동경찰서 서장·범죄예방과장·범죄예방계장 등 총 16명을 인사 조처했다.

향후 관련자에 대한 징계 절차도 밟을 예정이다.

경남청 김남희 생활안전부장은 “이번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고, 국민여러분께도 심려를 끼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jz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