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 조무제 전 대법관, 법원행정처장 찾아오자 반응은

건강 악화로 부산 한 병원서 요양 중

지난 9일 조무제 전 대법관(가운데)이 병문안 온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부산고법 제공)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서 기자 = 청빈한 법관의 표상으로 알려진 조무제 전 대법관(83)이 건강 악화로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서 조용히 퇴임한 뒤 요양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소식을 접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60)이 조 전 대법관을 예방했다.

12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천 행정처장은 지난 9일 조 전 대법관이 요양 중인 부산 한 병원을 찾았다. 이날 천 처장은 동행하지 못한 조희대(67) 대법원장의 문안도 함께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병문안에는 조 전 대법관이 부산법원 근무 때 만든 부산 법관들의 연구 모임 ‘부산판례연구회’를 이끄는 김문관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송시섭 동아대 로스쿨 교수도 자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대법관은 3년 전 입원 당시보다 호전된 모습으로 후배들을 반기며 천 처장에게 방문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법원도서관이 발간한 '법관의 길 조무제'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법원 구술총서 '법관의 길 조무제'는 조무제 전 대법관의 구술을 2019년 채록·정리한 자료로, 공식 기록물에 나타나지 않은 그의 청렴한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천 처장은 “사법부의 큰 어르신이자 사법부의 자랑으로서 사도법관 김홍섭 판사처럼 존경받는, 살아있는 위인”이라며 “후배들의 귀감을 받는 대법관께서 쾌차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조 전 대법관은 제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래 2004년 8월 대법관을 끝으로 약 40년에 걸친 법조인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그는 1993년 공직자 첫 재산공개 때 25평짜리 아파트 한 채와 부친 명의의 예금 등 6434만 원을 신고해 고위법관 103명 중 꼴찌를 차지했다. 1998년 대법관이 됐을 때도 전재산 7200여만 원을 신고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법조계의 오랜 관행이던 전별금은 법원 도서관에 기부하고 대법관 시절 전세 보증금 2000만 원 짜리 원룸에 거주했으며, 5급 비서관도 두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청빈한 생활을 고집해 왔다.

대법관 퇴임 후에는 거액의 보수가 보장되는 로펌 영입 제의를 거절하는 등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모교인 동아대에서 후학을 지도했다.

수십년간 사재를 털어 1억 원 이상의 장학금을 동아대에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법조계 후배와 국민의 존경을 받아왔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부산법원조정센터에서 상임조정위원장직을 맡았으며, 재임 중에는 다른 조정위원에 비해 하는 일도 적은데 수당이 많다며 자진해 수당을 대폭 삭감, '청빈 법관' '딸깍발이'란 별명을 사람들에게 새삼 되새겨 주기도 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