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양산 대형병원 2곳 폐업 이후…'의료공백·인근 상가 줄폐업'
지역 유일 응급의료센터 폐업에 인근 시민들 원정 진료 '불편'
"병원 의존 상권, 임대 문의 없어"
- 박민석 기자
(김해=뉴스1) 박민석 기자 = "손님이 줄어 너무 힘들어요. 아직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5일 경남 김해시 외동 옛 김해중앙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병원 폐업 이후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하소연했다.
지난해 10월 452병상 규모로 김해지역에서 지역응급의료센터 기능을 하던 김해중앙병원은 부도로 인해 갑작스레 운영을 중단하고 폐업 절차에 들어갔다.
폐업 이후 10개월여가 지났지만 병원 입구는 여전히 굳게 닫힌 채 신탁 부동산 공매 경고와 폐쇄 안내문만이 붙어 있었다.
인근 주민 김 모씨(61)는 이 병원에 대해 "무릎 관절이 안 좋아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았었다"며 "지금은 창원에 있는 병원을 다니는 데 다른 지역이다 보니 여러므로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병원이 사라진 자리에는 인근 거리의 공동화 현상도 함께 찾아왔다.
병원 인근의 약국, 카페, 편의점, 식당 등도 병원 폐업 후 대부분 문을 닫은 채 점포를 임대로 내놓은 탓이다.
임대 안내만 붙어 있는 병원 인근 거리는 가게마다 텅 빈 모습으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병원이 폐업하고 약국부터 문을 닫더니 차츰 다른 업종도 점포를 내놨다"며 "병원에 의존하던 상권이다 보니 점포 임대 문의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옆에 있는 약국을 홀로 운영 중인 한 약사는 "병원 폐업 이전보다 손님이 많이 줄었다. 대출이 있다 보니 휴업을 하진 않았다"며 "인근의 다른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들은 다른 곳으로 약국을 이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뒷편에는 시에서 지정한 심야약국도 있다. 그곳 약사님은 낮에는 다른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밤에만 약국 문을 연다"며 "빨리 병원이 재개원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병원 폐업 이후 김해복음병원을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하고 경남 동부권 의료원 공공의료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폐업한 양산시 서창동 옛 웅상종합병원도 폐업 이후 상황은 김해와 마찬가지다.
이곳 병원 역시 굳게 닫힌 채 폐업 안내문과 전기공급정지 예고장이 붙어 황량했다. 병원 입구에 위치한 편의점은 병원 사정으로 휴업한다는 안내문과 함께 방치돼 있었다.
병원 부지 내에 있는 약국도 영업을 하지 않은지 오래인 듯 출입문이 닫힌 채 먼지만 쌓여 있었다.
이 병원은 폐업 전 266병상을 갖추고 인구 10만여명이 생활하는 웅상지역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응급실을 가동하는 병원이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양산부산대병원은 양산 도심과 웅상지역이 산으로 가로 막혀 터널을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어 대중교통을 통해서는 1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등 접근성이 떨어진다.
웅상종합병원의 폐업으로 주민들은 30여분 거리의 인접한 울산이나 부산의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주민 황 모씨(36·여)는 "첫 아이를 낳고 아이의 열이 급하게 오르거나 할 때 병원 응급실을 종종 찾았었다"며 "급할 때는 이 병원이 제일 가까웠는데 다른 애 엄마들은 이제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웅상지역 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웅상지역 주민 1만 3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경남도와 국회, 보건복지부 등에 전달하기도 했다.
양산시는 우선 웅상지역에 있는 보건지소를 내년부터 보건소로 승격해 운영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보건지소의 보건소 승격으로 공공진료와 보건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며 "공매를 진행 중인 병원의 새 운영자를 찾는데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ms71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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