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분 교육비 받고 돌연 폐업 놀이학교…"본사는 알고도 방치"
학부모 "본사가 조처하지 않아 피해자 늘어"
본사 "교육비 환불시까지 채권 청구 유보"
- 손연우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유명 영유아 놀이학교 원장 40대 A 씨가 학부모에게 수개월분의 교육비를 받은 뒤 돌연 폐업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본사 측이 오래 전부터 이 시설의 심각한 경영난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2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A 원장은 수개월 전부터 교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지 않아 노동청 조사를 받고 있었다. 본사에 내야 할 교재·교구비와 가맹비 등도 6000만 원 정도가 밀려있는 상태다.
A 원장은 경영 악화로 지난달쯤 해운대교육지원청으로 폐원 절차를 문의하면서도 원아 모집을 지속해왔다.
이 놀이학교는 교육비를 분기별로 납부하는 시스템으로 운영, 일반 어린이집과 유치원비 보다 몇 배나 비싼 데다 교복비와 교재비 등은 모두 별도로 받고 있다.
본사 측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미리 납부한 교육비 등은 현재까지 약 5800만 원으로 파악된다. 밀린 교직원 급여와 가맹비 등을 합치면 피해금은 1억 원이 훨씬 넘는다.
피해 학부모에 따르면 A 원장은 교육비를 3개월분을 미리 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일부 학부모에게는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주지 않았다. 또 5세 유아를 4세 영반으로 배정하거나 교복을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본사 가맹 담당자는 이 상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지난달 해당 원을 방문, 운영 상황을 점검했으나 A 원장이 계속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학부모들은 본사 측이 경영 악화 사실을 알고도 계약을 연장했다고 보고 있다.
본사 가맹 담당자는 피해 학부모 측에 "지난달 지점을 방문했을 때 A 원장이 직원 급여 일부를 해결하기도 했고 앞으로 운영을 잘해보겠다고 말했다"며 "원장이 작정하고 거짓으로 얘기하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문제의 모든 책임은 해당 원 이사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5세 피해 원아의 학부모 B 씨는 "지난달 교청 등에 폐원을 문의하면서 A 원장은 뒤에서 개인 재산을 처분했다고 들었는데, 이 기간에도 A 원장은 아무 일 없는 듯 원생을 모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원의 경영 악화 사실을 알고도 계약을 연장한 것은 본사가 이번 문제를 방치한 것"이라며 "학부모들은 본사를 신뢰하고 등록한 것인데 정작 본사가 아무런 조처하지 않아 피해자가 더 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사는 국내 굴지의 교육 프랜차이즈이지만 이번처럼 지역 가맹점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안전 장치나 후속조치 관련 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갑작스런 폐업으로 해당 시설을 다니던 영유아의 보육과 교육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본사 측은 인근 가맹원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해운대 원과 가까운 가맹원도 영유아들이 다니기에는 먼 거리여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A 원장이 수강료를 부당하게 편취하기 위해 폐원 계획을 숨기고 교육비 등 선납 결제를 유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A 원장은 이달 말까지 학부모들이 미리 낸 원 비 5800만 원 전액을 환불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불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적극 협조하고 환불 전까지는 본사의 약 6000만원 채권 청구도 유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폐원으로 인한 보육 공백 등 원생과 학부모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A 원장은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에서 놀이 교육시설을 운영하던 중 아무런 예고 없이 지난 14일 오후 7시쯤 "이달 15일 자로 폐업하기로 했다"는 문자를 학부모에게 보낸 뒤 다음 날인 15일 돌연 해당 시설 문을 닫았다.
이와 관련해 고소장이 잇따라 해운대 경찰서에 접수, 경찰은 미리 폐업을 준비하고 이러한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A 원장에 대해 사기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syw534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