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지역방송, 그 존립의 위기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의원 자리에 방송법안 전체회의 심사자료가 놓여 있다. 뉴스1  DB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의원 자리에 방송법안 전체회의 심사자료가 놓여 있다. 뉴스1 DB

(부산ㆍ경남=뉴스1) 이재달 심산서울병원 부이사장(지역방송발전위원) = 지역방송이 위기다. 지역이 총체적으로 위기를 겪으니 지역방송 또한 그럴 수밖에 없는가? 혹시 소멸 위기의 지역이 살아나면 지역방송도 덩달아 활기를 띨까?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이제 눈앞에 닥친 지역방송의 위기 앞에서 필자의 속내는 심란하다. 지역 방송사에서 정년퇴직한 전직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지역방송발전위원회 위원으로서, 더욱이 앞으로도 줄곧 지역에서 살아갈 시민으로서 지역방송의 위기가 사뭇 걱정스럽다.

지역 지상파방송의 위기는 태생적 한계에서 연유하는 부분이 많다. 지상파방송은 비대칭적인 규제에 묶여 모험적·실험적 방송에 제약이 따랐다. 또 지역방송이어서 재원 부족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가 어려웠고, 그로 인해 지역민과 광고주의 외면을 받아 경영이 나빠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러한 경영상의 위기는 갈수록 증폭돼 문제가 심각하다. 케이블과 종편이 급성장하고 스마트 미디어가 확산함으로써 광고시장에 큰 변화가 생겼다. 방송광고는 온라인 광고에 추월당했고 역전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 지역 방송사는 지난해 광고 매출이 최고를 기록했던 해의 30%로 쪼그라들었다. 차입경영을 해야 하는 지역사도 머지않아 나올 상황이다. 지역 방송사는 이렇듯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는 실정이다.

또 다른 위기는 특정 가치에 경도된 결과로 초래된 신뢰의 위기다.

언론의 생명은 공정성과 중립성이다. 그런데 이 가치를 지키지 못해 절반의 시청자와 광고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지역 방송사가 적지 않다. 앞서 지적한 위기가 외부적 요인에서 초래했다면, 이 위기는 방송사 내부에서 자초한 위기다.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방송사 스스로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고통을 감수하는 자구 노력도 포함되어야 한다. 비용 지출에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지역 방송사의 특성상 이를 간과한 채 외부 지원과 제도 변경에만 초점을 맞춰선 시청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물론 자체 노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역방송의 발전과 방송산업으로서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하지만, 이를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다. 지역방송은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방자치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사회 통합, 지역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기에 지역방송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1988년 7월 스코틀랜드 근해에서 석유 탐사 시추선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168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이때 앤디 모칸(Andy Mochan)이란 사람은 불타는 배에서 화염으로 뒤덮인 바다로 뛰어내려 기적적으로 유일하게 구조되었다. 죽음이 확실한 상황에서, 죽을지도 모르나 살 가능성도 있는 상황을 택한 앤디 모칸의 선택이 지역 방송사 구성원들 앞에 놓였다.

이재달 심산서울병원 부이사장

victiger3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