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일동 아파트 공사 현장 발암물질 TPH 오염…"전체 부지 조사해야"

환경단체 "공사 중단, 정밀조사 필요"
건설사 "절차따라 진행, 공사 중단 법적 근거 없다"

부산 동구 범일동 D 건설 아파트 공사 현장.2024.4.25. 손연우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부산 동구 범일동 대우건설 대규모 아파트 공사현장 부지 일부가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에 오염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건설사를 향한 '공사 중단'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앞서 뉴스1은 지난달 25일 '인체에 치명적 발암물질 TPH에 오염된 아파트 공사 현장' 기사를 통해 이 공사 현장 일부 부지가 TPH에 오염된 사실을 알렸다.

당시 환경단체는 "오염물질이 발견된 상태에서 공사를 계속하면 오염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사를 중단하고 정밀조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건설사 측은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현재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9일 "공사를 강행할 경우 현장 통행 덤프트럭 전체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초록생활 백해주 단장은 "앞서 문제가 밝혀졌음에도 대우건설은 법적 절차만 운운하며 시민의 안위를 등한시 하고 있다"며 "전체 부지에 대한 오염토 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공사장 덤프트럭에 대한 검수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대표는 "대우건설은 공사를 중단하고 정밀 조사를 확대하면 공사기간과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원점으로 돌아가 부지 전체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건설 현장은 옛 한진택배 물류센터 자리로, 대우건설이 매입해 직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2022년 착공 이후 총 3차례 오염물질이 나왔는데, 지난달 진행한 토양 정밀조사(4월 1~16일)에서만 TPH가 769㎎/㎏ 검출됐다. 이는 법적 기준치 500㎎/㎏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관리·감독 기관인 동구청은 앞서 두 차례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조사를 실시, 지난달 24일 세 번째 오염토양 정화 조치명령을 내렸다.

대우건설은 공사 중단 대신 자체적으로 오염원을 인근 55보급창으로 추정하고 보급창 경계를 따라 흙막이 공사를 진행해 지난달 말 완료했다.

이 부지는 주한미군이 70여년간 사용해 온 55보급창과 맞붙어 있다. 2022년 환경부가 55보급창 주변 토양을 조사한 결과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TPH가 검출됐으며 1급 발암물질인 비소와 납, 아연 등 중금속도 기준값보다 최고 19배 검출된 바 있다.

TPH는 원유로부터 유래하는 모든 탄화수소 화합물에 대한 총칭이다.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 엄격한 정화 대상으로 분류된다. TPH에 노출될 경우 폐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앞서 서구 암남동 현대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공사 현장과 해운대구 중동 롯데캐슬 스타 현장의 경우 공사 중 오염토가 검출되자 사업 부지 전체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하면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공사를 전면 중단, 방재 작업이 완료된 뒤 공사를 재개한 바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 3차 오염토 반출이 완료된 상황"이라며 "관련법에 의해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무슨 법을 근거로 공사를 중단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환경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을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부산 동구 범일동에 들어서는 대우건설의 아파트는 지하 5층~지상 69층, 3개 동, 998세대 규모다. 내부에는 호텔 라운지 수준의 커뮤니티와 최고급 가전·가구 등을 적용할 것으로 홍보되고 있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3000만 원 초·중반대에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