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촉법소년과 사이코패스
(부산ㆍ경남=뉴스1) 정성헌 경남대 법학과 교수 = 촉법소년. 만 14세 미만인 경우 처벌받지 않도록 한 형사미성년자(형법 제9조) 중 소년법에 의해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는 만 10세 이상의 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처벌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를 말한다.
만 14세 미만임에도 영악하게, 때로는 스스로가 형사미성년자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이용하는 경우가 연일 이슈화되면서 이와 같은 나이 제한을 철폐 혹은 하향 조정해야 된다는 여론이 오래전부터 일고 있다.
우리 법은 왜 이런 나이 제한을 둔 것일까? 사실 이는 형사처벌과 관련해서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 간의 사적 관계에서도 비슷한 나이를 기준으로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의사능력, 혹은 책임능력이 없다고 하여 행위의 효력을 부정하고 설령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경우에도 책임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민법 제753조, 제754조).
이러한 태도는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판단할 수 있는 정신능력, 즉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형사처벌에 있어서는 범죄시 사물변별능력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이다. 의미도 모르는 행위의 효력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책임을 묻고, 더 나아가 형벌까지 부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때문에 일정한 나이에 이르지 못한 경우 처벌을 면제하는 제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다. 누구나 그렇게 보호를 받으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시기는 필요하다. 그러한 시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한 행위로 인생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결정되어 버리게 둘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타인이나 사회에 끼친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보호자의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보호와 관심이 필요하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좀 더 어린 나이에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나이를 낮추는 것도 신중하여야 한다. 개별적으로는 처벌을 받아 마땅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여전히 보호가 필요가 경우도 많이 있다.
반대로 일정한 나이가 지난 경우, 즉 충분히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우에는 당연히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물론 형법 제10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개별적인 경우마다 그 능력이 부족하였던 경우에는 책임이 배제될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의학적인 이유로 그 능력자체가 제한되어 있는 경우라면 치료의 대상이어야겠지만(법도 이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제한능력제도를 가지고 있다), 능력자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위가 가지는 의미를 의식적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외면하는 경우가 만연하다.
타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보다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태도를 부추기는 최근의 ‘자기들만 따뜻한 위로’도 한몫하는 것 같다. 때로는 심각한 범죄로도 이어지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사회적으로 양산되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생각일까?
사회는 함께 하는 것이고, 법 역시 이를 위해 존재한다. 촉법소년과 같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제도가 존재하는 것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일정한 나이를 지나 적절한 능력을 갖추어 이 사회에서 주된 역할을 해야 하는 우리들이 충분히 타인을 생각하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되짚어 보는 것이 아닌가 한다.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하는 주체여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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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에 대한 정신의학적인 전문지식이 없이 작성되었으며, 이들을 규정짓는 대표적 속성이라고 알려진 ‘반사회성’의 측면에서 누구라도 이들과 동일한 행위로 사회에 손해를 끼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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