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설 연휴 친할머니 살해 20대 남매…누나는 "공범 아니다"
존속살해 혐의 기소 공판…남동생은 혐의 모두 인정
검찰 "지적장애 남동생 지배"…누나 측 "방조 불과"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설 연휴에 70대 친할머니를 살해한 20대 남동생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누나가 자신은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범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이동기 부장판사)는 19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동생 A씨와 누나 B씨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2월 9일 설 명절 인사를 핑계로 부산 남구 친할머니(78) 집을 찾아 할머니를 화장실로 끌고 간 뒤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남동생 A씨의 범행 전인 지난해 6월 1일부터 8일 사이 A씨와 전화통화를 주고받으며 할머니를 살해할 방법을 알려주고, "수사기관에는 할머니가 평소 어지러움증이 있었다고 말하겠다"고 하는 등 사고사를 위장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교육시켰다.
또 B씨는 곰팡이나 납을 먹여 사망시키는 방법을 논의하면서 직접 곰팡이를 음식물에 배양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에는 A씨에게 할머니에게 줄 포도를 전달하고 기차 타는 법을 알려주는 등 사건 직전까지 A씨와 소통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평소 할머니가 지적장애 2급인 A씨의 장애인 연금과 월급, 기초생활수급자 급여를 전적으로 관리하며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하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친할머니는 2016년 남매의 아버지가 사망한 뒤 A씨의 식사, 월급, 수급 전 생활 전반을 챙겼고, A씨에게 전셋집 마련을 위해 돈을 모으면서 A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을 상실하는 것을 막기 위해 B씨의 명의로 적금이나 정기예금 계좌 등을 개설했는데, 남매들은 이를 맘대로 쓸 수 없어 불만을 품어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B씨가 지적장애 2급인 남동생 A씨를 기능적으로 지배해 이 범행을 저지르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B씨는 A씨에게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아 찾아보니 화장실에 엎어져 있었다"고 진술하라고 지시했는데, A씨는 사건 직후 "할머니가 화장실에서 넘어져 다쳤다"고 119에 신고했다가 추궁 끝에 범행을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씨는 검찰 측의 공동정범 주장을 부인했다.
B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고, 동생인 A씨와 함께 나눈 대화 등이 범행의 발단이 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A씨가 할머니를 살해하는 데 실제로 B씨의 기능적 지배가 있었는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어 "B씨에게 할머니 사망을 용인하려는 의사가 존재했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공범이 아닌 방조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B씨는 실제로 할머니를 죽이면 안 된다고 A씨를 여러 차례 말렸다"고 주장했다.
다만 A씨 측 변호인은 B씨를 공동정범으로 보는 데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진행된 공판에서 A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오는 6월 20일 피고인 심문과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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