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대상 180억 전세사기' 건물 중개한 중개사, 혐의 부인

피해자 "'집주인 부자' 중개사 말 믿고 계약…전세사기 방조"

전세사기 부산지역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오전 10시 부산지법 서부지원 앞에서 '전세사기 방조하고 공인중개사법 위반한 공인중개사·중개보조인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전세사기 부산지역 피해자 대책위원회 제공)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집주인이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한 원룸 건물에서 100억 원대 전세사기가 벌어진 가운데 이 건물들의 중개를 도맡아 전세 계약을 체결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이 법정에 섰다.

피해자들은 이들이 "집주인이 부자라 괜찮다"는 말로 임차인들을 안심시키고, 건물의 위험 요소를 알리지 않은 등 전세사기 행각을 방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김수홍 부장판사)는 15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4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A씨는 2020년 12월 24일부터 2022년 9월 17일까지 공인중개사 B씨 등에게 자신의 성명과 상호를 사용해 수차례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공인중개사 A씨 등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특히 B씨 측 변호인은 "보조원으로 일했을 뿐 직접적으로 중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 앞서 전세사기 부산지역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오전 10시 부산지법 서부지원 앞에서 '전세사기를 방조하고 공인중개사법 위반한 공인중개사·중개보조인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자기 자본을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담하거나 담보 대출을 승계하는 이른바 '갭투자' 방식으로 원룸 건물을 매입해 임대 사업을 한 최 모씨 건물의 세입자들이다.

최 씨는 부산 소재 원룸 건물 9채 256세대에 대해 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 합계액이 건물의 가치를 초과하는 전세계약으로 임차인 229명에게 전세 보증금 180억원을 돌려주지 않는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은 최 씨의 원룸 건물 임대 거래를 도맡은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이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며 범행을 지속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해자인 임차인은 가해자 임대인이 아니라 공범이거나 방조자일 수 있는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들의 말을 믿고 전세 계약을 하고 전세사기를 당한 것"이라며 "공동담보 근저당 등으로 인한 전세사기 건물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고, 전세 보증보험이 불가한 건물임에도 알리지 않았다. 계약서상의 임대인이 '바지 임대인'이라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의원을 아들로 두었다고 임대인을 속인 중개보조원, 공인중개사의 감독 없이 임대차 계약을 진행시키는 중개보조원, 다수의 깡통전세 매물을 중개하다가 돌연 잠적한 공인중개사 등 부산에서 파악된 공인중개사들의 행태만 해도 손가락으로 다 셀 수가 없다"면서 "재판부는 전세사기 재발을 막기 위해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을 엄벌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5월 10일 진행된다.

한편 이 사건 집주인 최 씨는 지난 1월 1심에서 검찰 구형량인 13년보다 높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며, 최 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은 오는 4월 9일 부산지법 354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