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도 속인 '183억원' 부산 전세사기범, 재판서 '혐의 인정'

"주범은 아냐" 주장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전세사기 부산지역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1일 부산 남구 HUG 본사 앞에서 유병태 HUG 사장 주재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4.2.21/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사회초년생 149명에게 183억원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40대 전세사기범이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인정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이범용 부장판사)은 6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149명으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명목으로 183억655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기자본 없이 매수대금을 임대차보증금과 담보대출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소위 '깡통주택' 190세대를 취득해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36회에 걸쳐 부동산 표준 임대차 계약서 36장을 보증금 액수를 낮춰 위조하고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담보채무와 보증금 합계가 건물 가치를 초과해 정상적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가입도 어렵게 되자 부동산 표준 임대차 계약서의 보증금 액수를 낮춰 위조하고 이를 HUG에 제출해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이를 뒤늦게 인지한 HUG는 해당 공동담보건물 전체의 가입을 일괄 취소하면서 정상 계약된 세대까지 보증보험이 해지됐다.

A씨 측은 이날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지만 범죄 사실에 기재된 내용 중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닌 사람은 A씨가 아니라 주범인 B씨"라며 "A씨는 피해회복을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사업체와 가족들 명의 부동산까지 내놓았다"고 말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 공범이자 주범은 B씨라고 주장했으며, A씨가 받은 보증금 중 상당 부분이 B씨에게 흘러갔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A씨에게 범행을 제안한 C씨를 증인 신청했으며, 재판부도 이를 채택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 40여명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는 A씨를 보고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피해자 정모 씨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이후 개인임대사업자들이 반드시 들어야하는 임대보증보험을 임대인이 들면서 임차인이 계약한 서류가 아닌 다른 서류를 HUG에 제출했고, HUG는 심지어 정상계약서가 제출된 곳까지 일괄적으로 보증을 취소해버렸다"며 "피해자들은 임대인과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두 곳에서 사기를 당한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HUG는 약관을 근거로 보증보험을 취소했다고 하지만 보증보험이 취소될 경우 피해를 받는 임차인은 약관을 안내받지도, 본 적도 없다"면서 "불합리한 계약에 따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돌아갔기 때문에 공정위에 불공정 약관 제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