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환자 창원까지 이송…구급차 타고 길에서 2시간 헤매기도

구급차 응급환자 병원 이송 지연 사례 총 42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인해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병원 구급차로 탑승하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부산=뉴스1) 권영지 기자 =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을 일주일째 이어가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응급환자 병원 이송이 지연되는 등 ‘의료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26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을 시작한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구급 차량의 응급환자 병원 이송이 지연된 사례는 총 42건이다. 날짜별로는 20일 4건, 21일 12건, 22일 10건, 23일 9건, 24일 3건, 25일 4건이다.

부산에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경남 창원, 김해, 진주, 양산, 울산 등으로 환자를 이송한 경우도 6건이나 된다.

지난 21일에는 부산진구에서 다리를 다친 70대 여성이 구급차를 타고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결국 경남 창원에 있는 한 병원까지 이송됐다.

구급차를 타고 환자 수용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다 2시간가량 걸린 경우도 있다.

부산소방 관계자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되기 전보다 응급환자를 받을 수 있는 응급실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응급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때 구급차에 탑승한 소방대원과 소방 구급상황관리센터가 환자 수용이 가능한 응급실을 파악하는데, 이를 위해 소방이 각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돌리는 횟수와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하는 시간이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의료공백 사태가 지속될 경우 환자가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다 심하면 사망까지 이르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A 씨(30대·여)는 "응급실 병상은 축소되고 의사는 없고 환자 수는 그대로인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부산에서도 응급환자가 구급차 안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1만명이 넘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근무지로 복귀한다면 현행법 위반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0z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