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부산 전통시장 '북적'…고물가에 상인·손님 가격흥정
얇아진 지갑 사정에 "딱 제사상에 올릴 만큼만"
상인 "사람 많아도 구매하는 손님 적어" 울상
- 조아서 기자, 권영지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권영지 기자 = 설 명절을 앞둔 6일 오후 부산진구 부전시장에는 차례용품을 사기 위한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부전시장은 들뜬 발걸음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시민들로 평소보다 더 활기찬 분위기였다. 상인들도 '사과 4개 1만원' '떨이, 거저 드립니다' 등을 외치며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하지만 치솟은 물가에 굳게 닫힌 지갑이 쉽사리 열리지 않아 시장 곳곳에서는 손님들과 가격을 흥정하는 상인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포착됐다.
손님과 실랑이를 하던 상인 박경희씨는 "문어 1마리를 1만8000원에 팔면 2000원 남는다"면서 "설 대목이라고 해도 워낙 단가가 높아져 남는 게 많지 않다"고 한숨 쉬었다.
밤알 개수로 옥신각신하던 상인 진모씨(50대)는 "100명이 가격을 물으면 그중 10명이 살까 말까"라며 "손님들은 조금이라도 더 깎거나 더 많이 달라고 하는데 땅 파서 장사할 순 없으니 얼굴 붉히며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고 토로했다.
상인들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고물가에 시름하긴 마찬가지였다. 물건을 들고 꼼꼼하게 살펴보던 손님들은 가격을 듣고 화들짝 놀라 재빨리 내려놓거나, 가격을 비교하는 데 지쳐 빈 장바구니를 들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김하정씨(60대·수영구)는 "LA갈비, 한우, 명란젓 등 구매했더니 순식간에 20만원을 지출했다"며 "마트보다 쌀 것 같아서 전통시장에 왔는데도 비싸서 가격을 비교하려고 시장을 몇 바퀴나 돌아다녔다"고 하소연했다.
시장 한쪽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던 이순자씨(72·부산진구)는 "시금치 한 단이 5000원이었는데 오늘 사려고 보니 9000원까지 올랐다. 잡채, 나물무침으로 쓰려고 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두 아이 엄마인 민지은씨(41·남구)는 "사야 할 것 목록을 쭉 적어왔는데 반밖에 못 샀다"면서 "아이들 좋아하는 사과, 배도 더 사고 싶었는데 비싸서 딱 제사에 올릴 것만 샀다"고 아쉬워했다.
7일 찾은 중구 자갈치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매서운 눈으로 수산물을 고르던 이들은 가격을 듣자 이내 발길을 돌렸다. 검은 비닐봉지 2~3개를 들고 단출하게 귀가하는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부 상인들은 '명절 특수'도 옛말이라며 하소연했다.
노상에서 갈치를 팔던 상인 김모씨(70대)는 "경기가 안 좋다고 난리였던 지난 명절과 비교해도 손님이 반 이상 줄었다"며 "생선 단가가 오르긴 했지만 요즘은 제사도 많이 안 지내니 손님들이 1~2마리씩만 사간다"고 울상을 지었다.
새우를 고르던 주부 성모씨(60대)는 "시장은 마트에는 없는 흥정의 묘미, 덤으로 느끼는 인정이 있었는데 아무리 명절이라도 훈훈하고 따뜻한 정을 느끼기 어렵다"며 "인심이 더 팍팍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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