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슬기로운 삼한사미(三寒四微) 시대를 살려면?
최종원 낙동강유역환경청장
삼한사온(三寒四溫)은 우리나라 겨울을 대표하는 용어다. 북쪽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영향을 미치면 사흘간 춥고, 여기서 벗어나면 나흘간 따뜻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삼한사온’보다는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말이 더 많이 언급되고 있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로 가득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겨울은 대기가 정체되고, 서풍이 부는 일이 잦다. 시베리아의 고기압이 약해지면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서풍이 불어온다. 이때 국내에 정체된 미세먼지와 서풍을 타고 유입되는 국외 미세먼지로 인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미세먼지는 사업장, 수송, 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한다. 배출원에서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약 25%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많은 75%가 공기 중에서 화학 반응으로 생성된다. 통상 크기 10㎛(마이크로미터) 이하를 ‘미세먼지’라 하고, 이보다 작은 2.5㎛ 이하를 ‘초미세먼지’로 분류한다. 몸속에 들어온 미세먼지는 폐와 기도에 달라붙는데 초미세먼지는 우리 몸 깊숙한 허파꽈리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독성이 더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미세먼지를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폐 질환 등 호흡기질환은 물론 심혈관, 뇌혈관 질환, 아토피염도 유발한다고 한다.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2018년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시행해 오고 있다. 이 법에 따른 대책 중 가장 효과가 큰 것은 “계절관리제”이다. 심각한 건강 영향을 미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겨울철, 특히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 기간에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선제적으로 줄여,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저감되도록 하고 있다.
2019년 12월에 ‘1차 계절관리제’가 처음 시행되었고, 올해로 5회차를 맞고 있다. 계절관리제 시행으로,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5년간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도 32% 정도 감소(‘18년 22㎍/㎥ → ‘22년 15㎍/㎥)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이후 사회·경제활동이 회복되고, 엘니뇨 발생 등 기상 여건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어, 올해는 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5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문별로 미세먼지 발생을 적극 줄여나갈 계획이다. 산업부문에서는 미세먼지 발생 사업장에 자발적인 감축 이행을 관리하고, 이동측정차량이나 드론과 같은 첨단장비를 활용해 사업장을 집중감시 한다.
수송 부문에서는 부산, 울산지역에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매연저감장치 부착차량 운영실태나 사업장의 노후 건설기계 사용 제한 여부를 집중점검 한다. 이 외에도 건설공사장의 관리를 강화해 비산먼지를 저감하고, 영농폐기물 수거 지원 및 순찰 강화 등을 통해 농촌지역 불법소각으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을 줄여나가고 있다.
엘니뇨현상이 발생하면 우리나라는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고, 편서풍이 유입돼 삼한사미(三寒四微)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미세먼지 계절관리 기간 동안 강도 높은 저감대책을 추진해, 국민들이 푸른 하늘 아래에서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는 맑은 공기를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함께 시민들의 참여도 매우 중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폐기물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생활습관으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고농도 발생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는 개인위생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친환경생활 습관과 개인위생 관리를 통해 슬기로운 삼한사미(三寒四微)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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