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대상 160억 뜯어낸 부산 전세사기범 13년 구형

피해자 "결혼자금 잃고 파혼…일상 처참히 무너져"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와 피해자들은 18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2023.12.18/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사회초년생들을 대상으로 200억원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에게 검찰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판사는 18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50대 여성 최모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씨는 자기 자본을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담하거나 담보 대출을 승계하는 이른바 '갭투자' 방식으로 원룸 건물을 매입해 임대 사업을 하면서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부산 소재 원룸 건물 9채 256세대에 대해 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 합계액이 건물의 가치를 초과하는 전세계약으로 210명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 166억원 상당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날 검찰은 최씨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는 줄곧 정부의 부동산 대책 변화로 인한 각종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보증금을 반환해 주지 못하게 된 것일 뿐이고, 최근 전세 사기와 관련된 언론 보도로 인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된 임차인들이 한꺼번에 임대차 보증금 반환을 요구해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것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며 범행을 부인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수사를 의뢰하자 오히려 자신이 실형을 살게 되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며 피해자들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다"면서 "최씨는 아직까지 피해자들에게 진지하게 용서를 구한 바 없음은 물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도 않아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최씨 변호인은 "9채 원룸을 모두 직접 소유한 채 운영해왔으나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운영해온 호텔의 경영이 악화된 와중에 소위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이 보도되면서 다수의 임차인이 한꺼번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자 해결할 수 없는 사태로 진행이 돼버렸다"며 "바지사장을 세우거나 허위 감정평가서로 속이는 악질적인 전세사기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날 피고인 최씨는 "저의 잘못된 판단과 허황된 욕심 때문에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줬다"며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피해자분들에게 변제의 의무 다하겠다"고 사죄했다.

전세사기 피해 건물 중 하나인 서구 부민동 한 오피스텔. 내벽이 무너져 타일이 깨진 채 방치되고 있다.(피해자 제공)

법정에선 배상명령을 신청한 피해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 대부분 사회초년생으로 재산상 상당 부분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주거 안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건물은 외·내벽이 무너지는 등 안전사고도 발생했으나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영구 수영동 오피스텔 피해자 배모씨는 "결혼자금으로 모아놓은 8000만원을 전세보증금으로 잃고 현재도 상환이 어려워 이자만 겨우 내고 있다"면서 "예정했던 결혼은 파혼됐고 극심한 충격으로 백내장을 앓는 등 삶이 무너져 내렸다"고 호소했다.

재판에 앞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와 피해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수영구 한 오피스텔 피해자 김모씨는 "최씨는 올해 7월 검찰 송치가 확정되기 전까지 반성은커녕 실형을 살게 되면 신용불량자가 돼 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등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고 변호사를 통한 탄원서 협조 시 변제금을 우선 주겠다고 꼬드겼다"며 "최씨가 감옥에 간다고 금전적인 구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기 범죄자들이 이번 형량을 보고 다시는 사기칠 엄두도 내지 못하게끔 엄중한 처벌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1심 선고는 2024년 1월24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