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포스트 엑스포' 부산이 신성장 엔진되기 위한 세가지 전략

20일 서울 종로구 한 건물 외벽에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한 팬카페가 제작한 대형 포스터가 게시돼있다. 뉴스1 DB
20일 서울 종로구 한 건물 외벽에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한 팬카페가 제작한 대형 포스터가 게시돼있다. 뉴스1 DB

(부산ㆍ경남=뉴스1) 경윤호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 = '29년만의 우승!'

얼마 전 KBO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축하와 부러움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은 1992년 이후 30년 동안이나 우승기록이 없는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1992년만 해도 부산은 서울에 이어 명실상부한 제2의 도시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지금은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 위기가 심화되면서 부산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부산시가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통해 달성하려고 했던 목표는 바로 성장동력을 찾고 국토균형발전과 글로벌 허브 도시로의 도약을 달성하기 위함이었다.

엑스포 유치를 통한 목표 달성의 첫 시도는 일단 불발되었지만, 부산의 미래발전 관점에서는 단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할 뿐이다. 한 번의 실패로 미래를 향한 도전을 멈춘다면 LG 트윈스가 길고 긴 암흑기를 견뎌내며 우승한 것과 같은 성취는 영원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유치 실패로 인한 상실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부산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산이 우리나라의 신성장 엔진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발전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서 엑스포의 궁극적인 가치를 실현하고, 남부권 전체를 발전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는 인프라 구축 사업은 차질 없이 마무리 되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2029년 개항이 예정된 가덕신공항과 우리나라 최초의 항만 재개발 사례인 북항재개발 사업을 성공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가덕신공항 건설에 따른 교통망 확충과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한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 사업이나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조성사업도 충분한 예산 지원을 통해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으로 촉발된 서울 메가시티에 앞서 '부산 메가시티'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부산·울산·경남 주민의 86.4%가 이른바 부울경 메가시티에 공감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정도로 메가시티는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부울경 주민들의 포기할 수 없는 꿈이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양산과 김해의 부산 편입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셋째, 내년이면 금융중심지 지정 15주년을 맞아 '해양·파생특화 금융중심지'라는 기존의 틀을 뛰어넘어 '디지털 금융혁신중심지'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 유일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라는 상징성을 가지면서 내년으로 예정된 디지털자산거래소(BDX) 설립이 현실화 되면 부산이 디지털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수도권에 대다수 IT 관련 기업이 집중되어 인프라와 인력 모두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서울의 개발인력들과 스타트 업들이 부산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임대·조세 혜택, 업무·정주 여건이 싱가포르 수준으로 되도록 파격적인 인센티브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 함 해보입시더!!!"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 최동원 선수가 한 말이다. 모두가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할 때 똘똘 뭉치는 부산사람의 기질을 더할 나위 없이 잘 드러낸 언사이다.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려는 롯데 자이언츠의 분발처럼 이번 엑스포 유치 경험이 부산의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경윤호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