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유엔참전국㉑] 한국전쟁의 숨은 영웅, 이탈리아 의료지원부대

제68 적십자야전병원 개원…입원환자 7250명·외래환자 22만2885명 치료

편집자주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유엔 22개국에서 195만7733명이 참전했다.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활약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다. 은 유엔평화기념관과 함께 올해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해 한달에 한번 총 21회에 걸친 ‘이달의 유엔참전국’ 연재를 통해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활약상을 조명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이탈리아 제68적십자병원 (이탈리아대사관·유엔평화기념관 제공)

(부산=뉴스1) 송보현 기자 = 이탈리아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의료지원부대를 파견해 부상자 치료·재활에 큰 힘을 보탰다. 이탈리아 의료부대가 1955년 1월 2일 임무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치료한 환자는 7250명, 외래환자는 22만2885명에 달한다.

2차대전 패전국인 이탈리아는 6.25 전쟁 발발 당시 유엔 회원국도 아니었지만 국제사회의 의료 지원 요청을 외면하지 않고 파병을 결정했다. 이에따라 1951년 11월 부산항에 이탈리아 의료부대 장교·간호사·행정관·사병 등 60여명이 도착했다.

이들은 서울 영등포에 제68적십자병원을 개원하고 서울, 인천, 수원 등지에서 밀려드는 군인과 민간인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병원은 150여개 병상 규모로 내과·외과·소아과·치과·방사선과 등을 갖추고 있었다.

1952년 9월 서울 구로 경인선 열차 충돌사고가 발생한다. 이 사고로 12명이 사망하고 160여 명의 사상자가 났는데 의료부대는 48시간 동안이나 쉬지 않고 기민한 응급 대응으로 다수의 목숨을 구했다. 이에 이승만 대통령이 사고 한 달 뒤 제68 적십자병원을 찾아가 부대 표창을 수여했다.

이탈리아 제68적십자병원 활동 모습 (이탈리아대사관·유엔평화기념관 제공)

같은 해 11월에는 병원 시설이 방화로 불길에 휩싸여 건물과 의료 장비 등이 불에 타기도 했다. 이후 재건과정에서 침상을 120개에서 200여개로 늘려 더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정전 후에도 1년 가까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민간인 진료 등 구호활동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병원 입원환자 대부분이 장 기생충 환자로 판명되자 본국으로부터 구충제를 지원받아 기생충 박멸에 공헌하기도 했다.

이들의 헌신적인 의료봉사 활동을 인정해 1954년 8월 한국 정부는 의료지원단장과 수간호사에게 각각 금성무공훈장과 은성무공훈장을 수여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대통령 부대표창을 의료지원단에 내리기도 했다.

1955년 1월까지 제68적십자병원 규모는 코이아 대위, 파스쿠토 간호사 등 모두 128명이었다. 이들은 외과수술 3297명, 입원환자 7250명, 외래환자 22만2885명, 치과 1155명, 병리시험 8444명, 방사선 검사 1만7115명 등에 의료활동을 펼쳤다.

이탈리아 의료지원단은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면서도 모든 의료 장비와 시설을 한국 정부에 기증했다.

표창장을 받는 모습 (이탈리아대사관·유엔평화기념관 제공)

w3t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