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로 물들었던 부산…"졌잘싸? 아쉽고 안타깝지만 냉정해져야"
유치 불발에 시민 반응 엇갈려
"도시에 활기 불어넣어…실패 아닌 과정"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의 2030세계박람회 유치 도전이 좌절된 가운데 그간 도시 곳곳이 '2030월드엑스포'로 물들었던 부산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코리아 원팀'으로 고군분투해온 노력을 치켜세우며 격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충격적인 투표 결과 탓에 실망감과 분통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산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회차 총회에서 열린 2030 엑스포 개최지 1차 투표에서 165표 중 29표를 획득했다.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90표 차로 뒤져 2위에 머물렀다. 로마는 17표로 3위를 기록했으며, 기권표는 없었다.
리야드가 전체 표 중 3분의 2 이상을 얻어 투표는 1차에서 마무리됐다. 2차 투표에서 대역전극을 그리겠다던 전략이 무색하게 큰 표차로 패하자 일부 시민들은 무리한 희망고문으로 실망감이 더욱 컸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29일 부산 동구 KTX 부산역 앞에는 아직까지 엑스포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부산의 주요 관문 중 하나인 만큼 역사 안팎은 물론 인근 버스정류장, 지하철까지 'Busan is good for EXPO 2030' '대한민국 첫 번째 월드엑스포 2030 부산세계박람회' 등 다양한 홍보 문구가 즐비했던 곳이다.
역사 내 설치된 포토존 앞을 지나가던 대학생 김미송씨(20대)는 "투표 결과를 보니 애초 가망이 없던 대결이 아니었나 싶었다"며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엑스포의 취지가 잘 전달됐는지도 의문이다. 저와 친구들은 엑스포하면 이정재(배우·엑스포 홍보대사)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대전에서 온 박현정씨(30대)는 "국가적 행사이니 부산시민이 아니어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왔다"면서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하던데 큰 표차이를 보니 아깝지도 않더라. 지금 당장 경제적으로 힘든 데 도시 전체와 국가가 민생보다 행사 유치에 목숨을 건다는 게 국민으로서 크게 공감되는 행보는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엑스포 부산 유치를 염원하며 지난 주말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에펠탑 조형물과 엑스포 응원메시지 월(벽)은 이날 오전 철거됐다.
외국인들이 찾는 주요 관광지인 해운대해수욕장 역시 다양한 엑스포 홍보 활동이 펼쳐졌던 주무대였다.
철거 과정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도시 곳곳에 조형물은 물론 플래카드가 펄럭거려 어지러웠다. 엑스포 유치도 실패했는데 그 많은 홍보물은 언제 다 떼지는 거냐"며 "미관을 해치면서까지 관공서, 기업들마다 내걸었던 플래카드가 얼마나 홍보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1년 6개월간 부산시는 물론, 부산시민, 중앙 정재계까지 '코리아 원팀'으로 총력을 기울인 노력과 수고에 격려를 아끼지 않는 시민도 있었다.
투표 결과 발표 전날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아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던 장성표씨(52)는 "적어도 부산에서 만큼은 월드컵, 올림픽에 버금갈 정도로 시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다"며 "다만 짧은 기간 급하게 달려온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실패를 경험 삼아 다음 엑스포에 도전할 때에는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송모씨(63)는 "씨를 뿌렸으니 당해에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그 씨앗은 발아하고 있을 것"이라며 "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유명 인사들이 국내외 홍보 활동한 펼친 것만으로 도시의 홍보는 충분히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민인 김승리씨(44)도 "엑스포 유치에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부산의 경제나 문화가 점점 되살아나는 거 아니겠냐"면서 "유치 여부보다도 엑스포를 계기로 변화할 부산을 꿈꾸고 기대한 시민들에게 엑스포 개최와 관계없이 부산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더 나아질 것임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ase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