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서 '퀴어문화축제' 열려…반대 집회에도 충돌 없이 마무리
주한외국대사관, 종교, 인권 단체 등 연대…200여명 모여
기독교·보수단체 반대 집회선 2000명 운집 "퀴어 반대"
- 박민석 기자
(창원=뉴스1) 박민석 기자 = 25일 경남 창원 도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와 보수·기독교 단체의 반대 집회가 큰 충돌 없이 마무리 됐다.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이날 창원시 성산구 중앙대로에서 '제3회 경남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민규(활동명)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오늘 아침만 해도 날씨가 많이 추웠는데 축제를 시작할 때가 되니 따뜻해졌다"며 "우리가 함께 모였기 때문에 따뜻해졌다고 생각한다. 경남을 무지개로 물들이자"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는 주한 캐나다 대사관, 정의당·녹색당 경남도당, 종교, 인권, 성소수자 관련 단체들이 부스에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부스를 운영 중인 고상균 목사는 "개신교가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며 "교회 주류의 의견이 기독교 교리에 부합한다 생각하지 않고 하느님의 사랑은 차별 없이 모두에게 전해 진다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성소수자를 긍정하고 응원하기 위해 희망하는 퀴어 신앙인에게는 현장에서 축복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허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국화향기씨(활동명)는 "자녀가 처음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할 때 부모들도 자녀가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하거나 잘못된 정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부모 당사자들이 만나 정보 교류도 하고 고민을 나누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소수자와 시민, 앨라이(Ally·성소수자 지지자)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마산지역에 거주하는 A씨는 "퀴어축제에 오기 전까진 폭력을 당할까봐 너무 무서웠는데 막상 와보니 즐거워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양산에서 축제를 찾은 B씨는 "퀴어축제에 처음 와 봤다"며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어 내년에도 오고싶다"고 했다.
오후부터는 사회 각계에서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놀란 바크하우스 주 부산 미국영사는 "미국 정부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차별을 종식하고 모든 사람이 존엄과 인간애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사회에서 여러분의 정당하고 동등한 위치, 행복을 추구할 자유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의 혜문 스님은 "불교는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한다"며 "외모, 인종,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차별과 혐오가 있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한 캐나다 대사관과 독일 대사관, 정의당 경남도당, 민주노총 경남지부, 영남지역성소수자지지모임 등에서도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고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연대 발언을 했다.
◇보수·기독교 단체 "퀴어·동성애 축제 반대" 집회도…충돌 없이 마무리
같은 시각 창원시 성산구 중앙대로 최윤덕 동상 인근에서는 경남기독교총연합회와 바른가치수호경남도민연합 등에서 2000여명이 참여한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퀴어문화축제로 어린아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창원도심에서 행진을 벌였다.
퀴어문화축제 참가자 200여명도 이날 오후 4시부터 행진에 나섰다. "퀴어가 여기있다", "경남을 퀴어로 물들여라", "혐오는 가고 우리가 왔다"고 외치며 축제 행사장에서 창원광장, 상남분수광장 등을 거쳐 축제 행사장으로 돌아왔다.
한때 한 여성이 현수막을 들고 행진 행렬을 향해 혐오 발언을 쏟기도 했지만 경찰의 대응으로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한편 이날 경찰은 이날 축제 행사장과 반대 집회장에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집회지역 주변의 차량 통행을 우회시켰다.
또 부산청과 대구청에서 각 2개 중대, 울산청에서 1개 중대를 지원받아 경찰 기동대 11개 중대, 1000여 명의 경찰관을 배치했다.
pms44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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