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 '교장갑질' 피해교사 수사의뢰…전교조 "피해자 가해" 반발

"피해교사까지 수사의뢰하면 누가 문제 제기할 수 있나"
교육청 "학생에게 피해 사실 일기에 적도록 한 정황 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가 20일 경남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은 초등교장 갑질 피해교사에 대한 수사의뢰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3.11.20 ⓒ 뉴스1 박민석 기자

(경남=뉴스1) 박민석 기자 = 경남 양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장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한 가운데 경남교육청이 피해교사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학생들의 일기와 편지에 적도록 했다는 정황도 함께 수사를 의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는 20일 경남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은 양산 초등교장 갑질 피해교사 수사의뢰 계획을 철회하고 사안 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 17일 도교육청이 배포한 '경남교육청, 양산 00초 교장갑질 사안 수사의뢰' 보도자료에는 사안과 관련한 피해교사의 정황을 언급하면서 죄를 저지른 듯 서술해 피해교사가 고통을 겪어야 했다"며 "도교육청 조사에서도 피해교사가 진술한 내용 대부분이 삭제되거나 축소된 채 피해교사에게 진술확인 서명을 받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피해교사의 면담조사에 변호사 동행과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했지만 도교육청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도교육청은 피해조사를 중심으로 사건을 재조사하고 관리자의 갑질 근절뿐 아니라 역할과 책임을 높일 수 있도록 학칙표준안 재배포를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경석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문제를 제기한 교사까지 꼬투리를 잡고 수사를 의뢰한다면 앞으로 누가 학교 관리자의 갑질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느냐"며 "노조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갑질 피해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지만 도교육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양산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씨는 지난 9월 신규임용 첫날부터 교장의 외모비하와 인격모독에 시달렸다고 인터넷 교사커뮤니티에 호소했다.

A씨는 해당 글에서 학교장이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라" "눈썹 문신하고 루즈를 발라라" "요즘 애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선생을 봐. 그렇게 본 다음 그게 예쁘고 좋은 선생이면 민원이 없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교장이 신규는 경험이 없어 종종 학부모 민원을 받는다며 교직원 앞에서 망신을 주고 A교사 수업시간에 찾아와 학생들 앞에서 외모, 경력을 운운하며 수업권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같은 내용을 인지한 경남교육청은 지난 14일 2차피해 방지를 위해 갑질 의혹이 제기된 교장을 직위 해제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A교장에게 제기된 '갑질'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의뢰하고 자체 감사를 계속 진행한다고 밝혔다.

당시 도교육청은 "피해교사가 피해사실을 학생들의 일기와 편지에 적도록 했다는 정황이 접수됐다"며 "교장이 학생들에게 정서적 아동학대를 했다는 주장과 함께 수사를 의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고 했다.

pms44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