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안들어서" 집에 불 질러 모친 살해한 아들, 항소심도 징역 8년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주택 계약 건과 관련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 불을 질러 모친까지 숨지게 한 50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3부(부장판사 김대현)는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0)에게 원심의 징역 8년형을 유지한다고 8일 밝혔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15일 부산 금정구 모친 B씨(70대)의 집에서 휘발유가 들어있는 20ℓ의 말통을 걷어차 거실 바닥에 쏟아지게 한 후 라이터로 불을 붙여 B씨에게 화상을 입혀 패혈성쇼크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B씨는 자신이 살고 있던 주택이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이 주택을 재개발조합에 판매했다. 이후 조합에서 받은 계약금으로 새집 매수에 필요한 계약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조합으로부터 매도 계약에 따른 잔금을 받지 못하자 새집 계약에 필요한 잔금을 내지 못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때 A씨는 새집에 쓴 계약금을 포기하고 조합에서 잔금을 받은 후 그 돈으로 새집을 매수할 것을 권유했으나 B씨는 끝내 거절했다.
A씨는 범행 당일 모친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했다. 이때 가족에게 "내 말 안 듣는 사람은 존재가치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집으로 돌아와 휘발유가 들어있는 말통 입구를 열어둔 채 B씨에게 '나중에 다른 아파트를 매수하라'고 요구했지만, B씨가 또다시 거절하자 "제가 이렇게 살면 뭐 하겠나"라고 화를 내며 말통을 걷어찼다.
A씨는 B씨의 제지에도 주방에 있던 라이터를 들고 불을 붙여 주거지 곳곳을 불 타게 하고, 심지어 B씨의 몸에까지 불을 번지게 했다. B씨는 3주간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A씨에게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단순 건조물방화치사 사건을 넘어 '존속살인'에 준하는 엄중한 범행으로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여전히 범행을 축소하고 있어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는지 의심스럽다"고 판시했다.
A씨와 검찰은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까지 의도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피해자에게 불이 붙을 것을 예상하고 그 주위에서 불을 질렀고, 피해자는 87% 전신 화상이라는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며 "피고인에게 방화의 고의가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과 검사가 주장하는 양형부당의 사유는 대부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에 해당해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긴 어려워 쌍방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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