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경계선지능인' 698만명

제43회 장애인의날(4·20)을 하루 앞둔 19일 광주송정역에서 중증 지체 장애인으로 구성된 풍경복지센터 이용자들이 기차 이용을 체험하고 있다. 이번 체험 활동은 한국철도공사 광주전남본부 제16기 주니어보드의 인솔 하에 이뤄졌다. 뉴스1 DB
제43회 장애인의날(4·20)을 하루 앞둔 19일 광주송정역에서 중증 지체 장애인으로 구성된 풍경복지센터 이용자들이 기차 이용을 체험하고 있다. 이번 체험 활동은 한국철도공사 광주전남본부 제16기 주니어보드의 인솔 하에 이뤄졌다. 뉴스1 DB

(부산ㆍ경남=뉴스1) 이언상 경남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경계선지능인 지원은 어느 부서에서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였다. 복지 사각지대 측면에서 보면 복지정책과에서 담당해야 하고, 지적장애 연장선에서 본다면 장애인복지과가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자립준비청년 지원 현장에서 경계선지능인 문제가 표면화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동청소년과도 관련성이 있다. 또한 경계선지능인 학습지원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교육청이나 평생교육 부서에서 담당해야 할 것이다. 머뭇거리다 모든 부서와 유관기관이 협력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한 기억이 있다.

전통적인 사회복지 영역에서는 빈곤문제를 비롯하여 아동복지, 장애인복지, 노인복지와 같이 대상층이 비교적 명확한 사회문제를 다루어왔다. 대개 연령이나 소득수준, 장애여부 등에 따라 대상자를 특정하고 담당부서를 지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적 위험들은 예전의 사회문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경계선지능인, 고독사, 은둔형 외톨이, 저장강박, 외국인 이주민, 미등록 아동 등 문제해결은 차치하더라도 그 실태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계선지능인에 대해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개 IQ 71~84 사이에 지적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학습과 사회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자로 '느린학습자'로도 불린다. 지능지수 정규분포 상 전체 인구 중 13.59%가 경계선지능인에 해당되는 데 그 수가 698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으로 상담 받는 초등학생이 같은 기간 5배로 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대면수업과 같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은 늘고 대인관계 빈도는 줄어든 탓에 발달이 지연된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나라에서 경계선지능인은 지적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선에 위치하여 복지·교육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학업수행과 대인관계의 어려움은 낮은 자아존중감, 무력감을 초래하고 이는 학교 밖 청소년, 범죄피해, 정신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학교 졸업 후 경제적 자립과 사회생활이 어려워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경우도 많다고 보고된다.

경계선지능인에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지원이 제공된다면 인지능력과 사회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경계선지능인을 조기에 발굴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경계선지능인의 법적 정의와 명확한 진단기준을 마련하고 표준화된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그리고 학령기뿐만 아니라 학교 졸업 후에도 평생교육, 고용, 돌봄, 사회참여 등 생애주기별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문제의 성격이 변화됨에 따라 사회보장제도의 지원방식 또한 유연하게 변화되어야 한다.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경계선지능인을 지원하는 것, 우리나라 복지체계가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경계선지능인 지원은 한 개 부서가 담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를 비롯하여 청년을 지원하는 국무조정실,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다양한 부처 간 연계협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경계선지능인 지원 관련 법률안 4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계선지능인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경계선지능인 지원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언상 경남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