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도 없고 찾아오는 이도 없어"…추억만 반추하는 독거노인들

경남 독거노인 지난해 기준 15만 6221명
"연휴엔 도시락 끊겨"…"노인문제 관심을"

경남적십자가 도내 독거노인에게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경남적십자 제공)

(경남=뉴스1) 박민석 기자 = "옛날에는 추석이면 모두 모여 마당에서 음식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경남 양산시 남부동.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고향을 찾아 가족, 친지와 시간을 보내는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지만 강성국씨(78·가명)는 다가올 추석이 쓸쓸하다.

30여년전 아내와 사별한 후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외동 아들마저도 오래 전 독립하면서 줄곧 홀로 양산에서 지내왔기 때문이다.

강씨는 어린 시절 추석에 대해 "부산 대신동이 고향인데 추석이면 구덕산에서 솔잎을 따다 찜통에 깔고 송편을 빚어 쪄냈다"며 "아침에 차례를 지내면 집집마다 한 상을 거하게 꾸려 이웃집에 전하곤 했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3년전까진 우리집에서 차례와 제사를 지내 친척들이 찾아왔는데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오도가도 못하게 됐다"며 "명절 때마다 옛날 생각은 많이 나지만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해시 외동의 5평 남짓한 옥탑방에서 홀로 지내는 김석우씨(71·가명)는 다가올 추석이 걱정이다.

그는 약 10여년 전 아내와 이혼한 후 두 아들, 친형제들 모두와 연락이 끊겼다.

거동이 불편해 매달 노령연금과 생계급여 약 60여만원으로 생활을 하는 그는 평소 김해시 복지재단에서 매일 배달해주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그러나 추석연휴 기간에는 도시락 배달이 되지 않아 관할 행정복지센터에서 전해 준 라면으로 추석 끼니를 해결할 참이다.

김씨는 "얼마 전 동사무소에서 즉석밥과 라면 1박스를 받아 연휴 때는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 한다"며 "자식들은 알아서 잘 살테고 명절에 혼자 보내는 건 이젠 덤덤해졌다"고 말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도내 독거노인은 지난해 기준 15만 6221명이다.

이들 상당 수는 기초생활수급이나 복지기관의 지원을 통해 생계를 꾸리다 보니 명절 연휴에는 일시적으로 지원이 중단되기도 한다.

최현정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구호복지팀장은 "명절에 가족 단절 등 여러 이유로 홀로 지내는 1인 가구가 많다보니 지원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다"며 "평소 고독사나 노인 빈곤 등이 사회적으로 우려가 많이 되는 만큼 시민들의 관심이나 기업의 후원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pms44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