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하다 달려온 베트남 엄마 통곡" 부산 아파트화재 불법주차로 소방차 지연
[르포] "밤낮으로 과일장사하면서 성실히 살던 부부"
아들 감싸 안고 추락한 아버지, 아들 생명 구해
- 박상아 기자
(부산=뉴스1) 박상아 기자 = "부부가 주간·야간 교대로 시장에서 과일장사를 했어. 아내가 탄식하면서 울더라고."
10일 오전 9시30분께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에서 난 화재 합동감식 현장. 아파트 7층에서 난 화재로 일가족 3명 중 2명이 숨진 안타까운 사고 현장에서 평소 이들을 알고 지냈다던 주민들은 쉽게 발길을 때지 못했다.
해당 아파트 6층에 거주하는 주민은 "사고가 난 집 바로 밑에 살면서 평소 이들과 알고 지냈다. 아이 엄마는 베트남 사람인데 시장에서 남편이랑 과일장사를 같이했다. 아내는 낮에 일하고, 남편이 밤에 일하면서 열심히 살던 부부였다"며 "아이는 외할머니인 장모님이 와선 돌봐주고 했다. 평소 가깝게 알고 지낸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생기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장모님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는 듯 불이 났던 아파트 7층을 응시했다. 검게 그을린 아파트 벽면 아래에는 깨진 유리 파편 등이 남아 있었다.
사고를 목격한 옆 동 거주자는 "베란다에서 장모님이 먼저 떨어졌고 후에 아버지가 아들을 한 손으로 안고 매달려 있다가 떨어졌다"며 "1분가량 그렇게 아들을 안고 매달려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가족이 전부 추락한 이후 소방차가 도착했다.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살릴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화재로 대피했다는 같은 동 주민은 "왜 아파트 문으로 나가지 않고 베란다로 뛰어내렸는지 모르겠다. 아마 연기와 불길이 너무 거세어서 살려고 뛰어내린 게 아니었을까"라며 "아내가 베트남 사람인데 중간(화재 현장)에서 탄식하며 우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출동 지연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화재 현장과 관할 센터인 당감119안전센터 간 기본적으로 거리가 꽤 멀다. 특별히 출동이 늦어질만한 사정이 있었다기 보다는 거리가 있고,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약간의 시간이 소요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방에 따르면 9일 오후 4시15분께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 7층에 불이 나 거주하던 일가족이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베란다에 매달렸다가 추락했다. 40대 남성 A씨는 현장에서 숨지고 A씨의 장모 B씨(50대)와 아들 C군(4)은 중상을 입어 병원 이송됐으나 결국 B씨도 사망했다. C군은 생명에 지장은 없으나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전 9시께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진경찰서,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이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부산 소방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세대 내부에 있는 장소를 전부 감식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현재 주방 옆 작은 방이 가장 소훼가 심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확한 피해 경위와 더불어 일가족이 불길이 커질 때까지 대피하기 어려웠던 이유 등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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