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박형준 "부산에 '혁신의 파동' 일으키고 싶어…엑스포 승산 있다"

[뉴스1 인터뷰]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뉴스1과 인터뷰 중인 박형준 부산시장. 2023.5.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홍기삼 전국취재본부장 손연우 기자 = "4~5년 뒤 부산은 청년들이 앞다퉈 몰려드는 혁신도시로 변할 것이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은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뉴스1 취재진을 만나 "혁신을 위해 뿌린 많은 씨앗들이 결실을 맺고 선순환 되는 모습을 임기 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낙천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박 시장의 MBTI(성격유형지표)는 'ENFP'(일명 재기발랄한 활동가)다. 이와 관련해 박 시장은 "소설 '톰소여의 모험'에서 친구들을 설득해 일을 시키고 자신은 도망가는 캐릭터와 같은 유형이라고 들었다"며 웃었다.

박 시장은 대학교수부터 부산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때로는 '패배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 그는 "인생은 롤러코스터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누구나 겪는 일들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어려움 앞에서 주저앉지 않고 다른 쪽에서 돌파구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비롯해 부산의 굵직한 현안이 많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산이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는데 희망적인 정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기존 정부의 균형발전 방향은 '떡을 나눠주는 전략'이라고 한다면 현재는 떡시루를 어떻게 만들건가에 대해 고민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정부는 허브도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도권 외 허브도시를 통해 발전 거점이 생겨야 대한민국이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한 생각은.

▶수도권 일극주의는 단순히 서울과 지방의 불균형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문제다. 기업·사람·돈이 서울에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최근 서울시 출생률(0.58%)이 역사적으로 기록에 남을만큼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지방에서 서울로 간 청년들이 원룸과 오피스텔 생활을 하면서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원인 중 하나다. 지방은 사람이 떠나고 이로 인해 기업 유치도 어려워지면서 기업경제도 침체되는 등 악순환의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혁신거점과 허브도시들을 통해 다원적인 발전을 실현하는데 비해 대한민국의 경우 운동장을 굉장히 좁게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지역이 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균형발전이 아닌 대한민국 발전 패러다임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국가차원에서의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부산은 잘 갖춰진 도시이고 세계 2위 환적항을 갖고 있는 등 잠재력이 큰 도시다. 시장으로서 부산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바라보는 정치와 자신의 정치관에 대해 알려달라.

▶정치와 권력은 같이간다. 정치는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고 권력은 그 의사 결정을 집행하는 능력이다.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하느냐, 무엇으로 하느냐 하는 프로세스를 정치라고 한다면 이를 표출하는 것은 리더십이고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권력이다.

나는 스스로를 '자유공화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리는 리더를 지향한다. 의사 결정을 제대로 내린다는 것은 내용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과정도 잘 이뤄져야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정치에서 효율적인 부분만 강조한다면 권위적인 정권이 훨씬 의사결정을 잘 내릴 수 있겠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중시한다. 이는 비록 의사결정에 비효율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자유와 평등한 참여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권위적인 정권이나 정치는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지만 민주주의 정치나 정권에는 사람은 누구나 동등하다는 깊은 가치가 내재돼 있다는 점이다.

-부산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람의 부재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기업 유치가 임기 전에 비해 약 10배 가량 늘었지만 결국 인재가 있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과거에는 지방 거점 국립대학이 많았고 서울과 지방대학간 격차가 크지 않았던 반면 지금은 대부분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추세다. 스타트업도 결국 사람을 찾아 서울로 떠나는 경우가 있다.

다행인 점은 시가 지산학 정책을 가장 우선적인 정책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가운데 정부에서도 지산학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등교육정책을 지방 정부에 과감하게 이양하는 방향의 정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초중고등 교육도 서울과 지방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어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는 등의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시는 시교육청과 협력해 '부산형 교육'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공무원들과 일 해 봤는데.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30년 됐는데 아직도 권한 등이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공무원 사회는 일을 하기에 굉장히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 민간에서는 빨리 결정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도 공무원사회에서는 절차가 복잡하고 중앙과 협의해야 하는 부분도 많아 속도를 내기 어렵다. 때로는 적극 행정을 하게 될 경우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일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무원들의 역량은 아주 뛰어나며 특히 지역 공무원들은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숙련된 행정을 하고 있다. 리더가 방향만 잘 잡고 이끌면 뒷받침하는 역량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임기 내 꼭 이루고 싶다는 게 있다면.

▶'혁신의 파동'을 불러 일으키고 싶다. 도시 간의 격차는 혁신 역량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은 혁신 인재들이며 각 지자체는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영역을 창출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에서는 어반루프를 비롯해 수소경제, 블록체인 등 다른 도시가 하지 않는 혁신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시는 '15분도시' 개념을 설정해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자족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혁신의 씨앗은 많이 뿌려놓은 상태고 결실을 거두는데 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5년 뒤에는 부산이 혁신도시가 돼서 청년들이 들어오는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구체적인 혁신 방향은.

▶부산은 크게 물류, 금융, 문화, 관광 등을 중심으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은 앞으로 세계 2위 환적항에 더해 가덕도신공항을 통해 항공 물류까지 완성시키게 된다. 금융과 관련해서는 특히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단순히 공공기관 차원이 아닌 새로운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 정책 금융 기능을 제대로 하는 형태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위에 수소나 스마트 산업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산업들을 육성을 하고 있다. 문화와 관광 분야 혁신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부산이 재발견된 측면들이 상당히 있다. 이에 발맞춰 시는 오페라하우스나 국제아트센터 등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건립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를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관광 콘텐츠와 관광 부도 개발되고 있어 사람과 좋은 기억이 함께 몰려드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림이 완성되면 경제도 살고 시민의 삶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변곡점이 있는데 변곡점 이하에 있을 때에는 자칫하면 악순환 구조로 갈 수 있지만 그 순간을 넘어서면 선순환 체계로 바뀐다. 임기 내 그 변곡점을 꼭 보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30세계박람회 전망은.

▶2년 전 처음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들었을 때는 경쟁국에 비해 많이 뒤쳐졌지만 대한민국이 가진 강점을 통해 열심히 한 결과, 지금은 경쟁국도 우리나라를 많이 경계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지난달 국제박람회기구 현지 실사를 아주 훌륭히 치러냈다는 점이 의미있다. 실사 마지막날 열린 불꽃축제의 경우 안전상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관계자들의 엄청난 준비와 노력이 필요했다. 시민과 관계자들 덕분에 세계적인 행사를 치러낼 수 있는 도시, 엑스포 개최지로 손색이 없는 도시라는 점을 충분히 어필했다. 엑스포 개최지가 발표되는 오는 11월까지 남은 기간 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