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주사로 패혈증? 아버지의 망가진 일상에 가족들 '울분'

경남 남해 모병원서 혈관 주사 맞은 후 백혈구 수치 급상승…패혈증 진단
대학병원 측 "주사 과정에서 외부 감염 가능성"…경찰에 고소장 접수

패혈증을 앓는 A씨의 다리가 크게 부어 있다.(A씨 측 제공)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서 혈관 주사 맞은 후 패혈증에 걸린 한 70대 남성이 3개월이 넘도록 일상생활로 돌아가지 못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환자 가족은 병원 주사 과정에서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대학병원의 소견을 토대로 병원 측에 피해 보상을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경찰에 고소했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A씨(70대)는 지난해 12월14일 허리 통증으로 경남 남해군 B병원에서 혈관 주사 및 관절강내 주사를 맞은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부산 한 병원에서 혈액 검사 등을 받았다.

검사 결과 A씨의 백혈구 수치는 1만8000개/㎣로 나왔다. 보통 성인 기준으로 백혈구 정상 수치가 5000~1만개/㎣인 것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이후 A씨는 38도 이상의 고열과 오한 증상이 지속돼 B병원에서 계속해서 주사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17일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자 부산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받고 패혈증 진단을 받았다. 이 병원에서 항생제 투여 등 치료를 했지만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는 등 패혈증 증세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이송돼 MRI, CT, 혈액 검사를 받았다. 증상 원인에 대한 명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부산대병원에선 혈관 주사 과정에서 간호사 손 등에 상존하는 황색포도상구균이 A씨에게 감염돼 패혈증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진단했다.

부산대병원 감염내과 측도 복강 내 장기에서 감염을 일으킬 요인은 없었고, B병원에서 허리 TPI주사(근육 통증 완화 주사)를 통한 패혈증 감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A씨 측은 이같은 진단을 통해 B병원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B병원 측은 A씨에게 치료 당시 일회용 주사기를 사용했고 감염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유를 들어 보상 청구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아들 C씨는 "혈관 주사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혈액 검사조차도 하지 않아 패혈증으로 악화하는 데 큰 책임이 있다"며 "부산대병원에서도 혈관 주사 등을 통한 감염 가능성에 대한 소견을 나타냈는데도 B병원은 계속해서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한, 고열 증세로 마지막으로 B병원을 들렀을 때도 코로나, 감기 검사와 주사만 주입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A씨는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충혈 증세로 안구 주사를 맞으며 나날이 힘겹게 버티고 있다.

패혈증으로 온몸이 부어 호흡이 어려워 산소호흡기를 달았고, 콩팥 기능이 망가져 급성신부전도 앓았다. 최근에는 합병증으로 탈장 수술을 받기도 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최근 C씨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관련 조사를 한 뒤 B병원 소재 관할인 경남 남해경찰서로 사건을 이첩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백혈구 수치 급상승은 패혈증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또 혈관 주사 시 세균 감염으로 패혈증 등 감염병을 일으키는 사례도 잇따른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의료기관 주사 관련 신고 중 감염 신고는 11.6%인 것으로 나타났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