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사 대신 간호조무사가 환자 채혈하면 '무면허 의료행위'"

부산진구, 1달반 업무정지 처분…의사 "진료 보조 행위" 주장
재판부 "채혈은 체온 측정과 달라…주사기 감염 등 위해 가능성"

부산지방법원 전경 ⓒ News1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수술 중이라는 이유로 간호조무사에게 환자 채혈을 지시해 업무 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구청에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부산지법 행정1부(금덕희 부장판사)는 원고 A씨가 부산진구청에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청구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26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산 부산진구 소재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지난 2020년 12월31일부터 이듬해 2월14일까지 구청으로부터 업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구는 2019년 3월 한 환자가 의사 A씨가 아닌 간호조무사 B씨가 갱년기 검사 전 채혈을 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민원을 해 조사에 착수했다.

구는 조사 결과 A씨가 수술 중이라는 이유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B씨에게 채혈을 지시하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했다고 판단해 의료법 위반으로 A씨를 고발했다. 구는 A씨에게 1개월반 동안의 업무 정지 처분도 내렸다.

A씨는 법정에서 "의사의 지도하에 이뤄진 진료 보조 행위여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환자를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B씨가 단독으로 의료 행위를 했기 때문에 진료 보조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사기를 이용하는 채혈 행위는 경우에 따라 감염이 생기거나 혈관 또는 피부조직이 손상돼 생명 또는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체온 측정같이 전문 의료 지식이나 기술이 없어도 환자의 신체에 아무런 손상을 입히지 않는 행위와 구분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전문 지식이나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채혈 행위는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지시만으로 가능한 업무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